“지금, 여기, 나부터”... 24년간 계속된 '밥퍼'

생명, 환경, 나눔이 유기적으로 연결돼
상호의존의 진정한 사랑의 관계를 이룬

다일공동체

2012년 06월 04일 18:34 환경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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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일공동체 최일도 목사 <사진=이민선 기자>
설렁탕 한 그릇의 사랑이 ‘밥퍼’라는 이름으로 국내를 넘어 아시아 국가에까지 전파시키고 있는 다일공동체는 이 땅에 소외된 이웃들의 손을 잡고 작은 예수로서의 활동을 펼치고 있다. 본지는 밥퍼나눔을 통해 생명, 환경운동을 전 세계에 전파하고 있는 다일공동체의 최일도 목사를 만나 “사람이 곧 교회”라고 강조한 그의 신념과 다일공동체의 나눔운동에 대해 들었다. <편집자 주>

 

치유와 회복의 삶 실천

밥퍼나눔으로 더 유명한 다일공동체는 기독교 NGO 이면서도 연예인부터 영부인까지 종교를 초월한 많은 사람들이 자원봉사자로 참여해서 이미 대중들에게 널리 알려져 있다. 다양성 안에서 일치를 추구한다는 의미를 갖고 있는 ‘다일’은 나눔과 섬김을 통해 화해와 일치를 이루는 것을 사명으로 삼고 있다. 최일도 목사는 “화해란 인간과 인간의 화해, 인간과 자연의 화해를 추구하지만 궁극적으로는 인간과 하나님과의 화해를 이뤄 하늘의 뜻에 일치해가는 것”이라며 “밥퍼나눔 역시 화해와 일치를 이루기 위한 기도가 노동이요 노동이 기도인 영성운동 중 하나다”고 말했다.

 

밥퍼나눔운동이 24년 동안 한번도 멈추지 않고 지속적으로 이어질 수 있었던 이유는 봉사가 섬김의 대상인 가난하고 상처받은 이들과 일치하고 공감해나가는 다일의 영성과 정신에 남녀노소 신분고하를 막론하고 많은 이들이 공감했기 때문이다. 지금은 청량리 밥퍼에서 매일 1000여 그릇의 밥이 날마다 사랑으로 퍼지고 있고, 중국, 베트남, 캄보디아, 네팔, 필리핀 그리고 아프리카 탄자니아까지 매일 5500그릇 이상의 밥이 다일의 이름으로 퍼지고 있다.

 

최 목사는 “숫자보다도 놀라운 것은 전 세계 곳곳의 많은 분들과 함께 공동체를 이뤄가고 있다는 것”이라며 “다일공동체를 통해 육신의 배고픔만을 채우는 것이 아니라 서로 삶, 아픔과 기쁨을 나누는 마을 공동체 가족으로 살아가고 있다”고 말했다.

 

매일 5500그릇 이상의 밥이 다일의 이름으로 퍼져..

 

설렁탕 한 그릇의 사랑

다일공동체의 밥퍼나눔운동은 1988년 올림픽이 한국에서 열리던 해 최 목사가 청량리역 광장을 지나다 나흘 동안 굶어 드러누워 있던 한 노숙자 할아버지를 만나면서 시작됐다. 최일도 목사는 “그때 내 마음에 든 생각은 ‘사회복지를 책임지고 있는 사람들은 왜 이런 분들을 그냥 두고 있는건가?’라는 생각이었다”면서 “그 순간 내 마음 깊은 곳에서 ‘일도야, 너는 언제까지 나를 이 차가운 바닥에 누워있게 할셈이냐?’는 목소리였다”고 말했다. 최 목사는 그 모습을 무시하고 돌아서 버렸다면 지금의 다일공동체는 없었을 거라고 회고했다. 당시 그 할아버지에게 설렁탕 한 그릇을 대접한 것이 밥퍼나눔운동의 시작이 됐다.

 

왜 하필 ‘밥’이었냐는 물음에 최 목사는 “밥을 못 먹으면 사람은 죽는다. 밥은 최우선이 돼야 할 필수조건”이라면서 “밥을 나누는 행위에는 어떤 사상이나 철학, 신념이 개입될 필요가 없이 나누는 것 그 자체로 식탁공동체를 이루는 종교의식이며 선한행위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예수님의 가르침 중 가장 중요한 메시지는 항상 식사 자리에서 선포됐다”면서 “예수님도 제자들과 함께 자고 함께 밥상 공동체를 이루면서 공생애를 실천하셨다”고 말했다.

 

노숙자들을 인격적으로 보면 사회문제는 저절로 해결 

 

이어 최 목사는 “우린 밥을 먹는다고 하지 않고 진지를 나눈다고 표현한다. 이것은 생명을 나누는 일이다”면서 “전 세계의 다일공동체는 매번 진지 때마다 다일공동체 진지기도를 함께 올린다”고 했다. 그 구절 중에 ‘이 밥 먹고, 밥이 되어’라는 구절이 있는데, 최 목사는 밥을 대접하는 것이 아니라 내가 밥이 돼 누군가에게 먹힘으로써 그 사람의 생명을 살리겠다는 결단을 통해 다일의 밥퍼는 오늘도 내일도 세상 끝날까지 이어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이 땅에 밥 굶는 이 없을 때까지 이 일은 계속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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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4월 청량리 밥퍼나눔운동본부 앞마당에서 다일공동체 가족들이 모여 생명을 만지고 사랑할 수 있는

노숙자들의 소망인 ‘주머니 텃밭’을 조성하기 위한 준비에 한창인 모습. <사진제공=다일공동체>


희망을 전하는 ‘주머니 텃밭’

다일공동체가 있는 곳. 그 터에는 한창 ‘밥숲’을 조성하는 공사가 진행 중이었다. 밥심이 민심이요 민심이 천심인 것을 증거하고 있는 중이라고 했다. ‘밥숲’은 밥퍼나눔운동본부의 앞마당에 조성되고 있는 공원으로 밥퍼를 찾는 분들과 지역주민들의 참 쉼터가 되고 생명 축제의 장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최 목사는 “마당이 생기는 것은 기적이다. 이곳은 4/5이상이 철로변 무허가 건물 잔해와 쓰레기 하치장으로 쓰던 것이었다”면서 “구청장과 주민 설득만 20년이 걸린 곳”이라고 했다. 사람들이 꺼리는 혐오시설을 많은 이들이 함께 할 수 있는 곳으로 만들자는 취지였다.

 

공사 중인 터 옆에 작은 공간에는 오밀조밀 화분들이 들어서 있었다. 생명을 만지고 사랑할 수 있는 텃밭 한 뼘의 소망이 실현된 것. 최 목사는 이것을 ‘주머니 텃밭’이라고 지칭했다. 도시 속에서 흙 한 줌 만져보지 못한 채 콘크리트 바닥 위에 사는 이들에게 ‘주머니 텃밭’은 희망으로 전해진다는 것이다. 노숙자들에게 흙을 밟게 해주고픈 순수한 마음에서 이런 것들을 시작했지만 반대의 목소리가 너무 컸다. 비싼 땅을 왜 노숙자들을 위해 쓰느냐는 것이다. 그로부터 만10년이 더 걸렸다.

 

최 목사는 “여기에서 비인간적인 행동을 하는 노숙자는 한 명도 없었다”면서 “서울역 앞에는 많은데 이곳에 그런 분들이 없는 이유가 무엇이겠냐?”고 반문했다. 그는 노숙자들을 인간적으로 바라봐야 한다고 강조한다. 서울역에 노숙자 문제가 사회적 골칫거리로 인식되는 것에 대해서도 일침을 가했다. 노숙자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국민들, 공무원들의 인식부터 바뀌어야 한다는 것이다. 노숙자들을 인간으로 바라보며 우리 사회의 구성원으로 인정하는 것, 그것부터가 시작이라고 최 목사는 강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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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심장병 수술을 위해 캄보디아에서 온 ‘르은’의 통역 봉사로 온 캄보디아 다일공동체의 가족인 ‘파리(왼쪽)’와

최일도 목사가 노숙자들에게 한 끼의 식사를 대접하면서 인사말을 전하고 있다. <사진제공=다일공동체>

 

매일 삶 속에서 기적 체험

다일공동체의 모든 사역 속에는 항상 감동적인 이야기들이 넘친다. 최 목사는 “가장 최근의 감동 이야기는 매일 밥퍼에서 밥을 드시는 한 할머님의 이야기다”고 말문을 열였다. 김한준 할머니. 그는 홀로 사시는 독거노인으로 폐지와 폐품 모은 돈을 때때로 다일공동체의 나눔 사역을 위해 써달라며 헌금하고 있었다.

 

얼마 전 다일 가족들이 김한준 할머니 생신 소식을 듣고 쪽방을 방문해 축하드렸는데, 그런데 할머니가 주섬주섬 서랍을 뒤적이더니 “이게 다야, 근데 얼마 안되!” 라면서 19만원의 감사헌금을 캄보디아 다일비전센터 건립을 위해서 써달라며 전해주셨다. 최 목사는 “다일가족들은 김한준 할머니 손을 잡고 모두 눈물을 흘렸다”면서 “할머니가 제게 하신 말씀이 하늘을 가리키며 ‘이거 내 것 아냐, 다 저분이 주신 거잖요!’였다”고 했다. 이어 최 목사는 “다일공동체의 사역에는 섬기는 사람과 섬김을 받는 사람의 구분이 사라지고 서로가 한가족이 돼 서로의 필요를 채우는 상호의존의 진정한 사랑의 성숙한 관계가 이뤄지고 있다”고 말했다.

 

"하나님의 뜻 묻고 또 물어"

“제가 목사라는 것은 하나님이 제게 주신 큰 축복이라고 생각한다” 최일도 목사는 20여년의 목회 활동을 이렇게 표현했다. 하지만 목회자로서 고민이 없지는 않을 터다. 그는 “삶 속에서 하나님 앞에 단독자로 하나님의 뜻이 무엇인지 스스로에게 묻고 또 묻는다”고 했다. 이어 그는 “우리 시대에 목사로 살아간다는 것에 대해서 날마다 큰 책임감과 깊은 사명감을 느낀다”면서 “목회자와 교회가 올바로 서서 신자들뿐만 아니라 비신자들에게 하나님께 나아가는 길을 바로 제시해주고 사회의 아픔과 상처 갈등을 해소해주는 역할을 해야 하는데 오히려 이 사회에 갈등을 키우고 있는 것은 아닌지 심각하게 반성하게 된다”고 고뇌를 털어놨다.

 

그는 불교, 천주교, 원불교의 성직자들과 함께 이 사회의 고통과 아픔에 대해 종교인이 제시할 수 있는 해법을 함께 찾아보고 자살률, 이혼율, 저 출산율 1위라는 이시대의 아픔을 치유하기 위해 이 세상을 춤추게 하는 사람들 일명 “춤사”라는 모임을 만들어 함께 마음을 나누고 K-TV 멘토링 토크를 진행하면서 나름대로 애쓰며 실천하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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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고기를 잡아 생활해야 하는 캄보디아인들에게

배 부족은 지역사회 빈곤화 현상을 부추기는 심각한

문제로 인식되고 있다. 다일공동체에서는 이들을 돕기

위해 주민들에게 최소한의 임대료로 배를 임대해

주는 배 지원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사진제공=다일공동체>

하나님을 기쁘시게, 이웃을 행복하게,

                                세상을 아름답게

 

밥퍼나눔, 환경운동과 일맥상통

다일공동체의 밥퍼봉사는 국내에서 활발히 진행되고 있지만 특히 개도국에 이어지고 있는 온정의 손길은 지구촌시대 지속가능한사회 지향의 큰 역할을 하고 있다. 다일의 활동은 환경 측면에서 그 의미가 남다르다. 최 목사는 “환경을 살리는 일은 내가 나를 찾고 회복되고 마음이 열리는 일에서부터 시작된다고 본다”면서 “내 마음 속에서부터 화해와 일치가 일어날 때, 인간과 인간의 화해가 일어나고, 인간과 자연의 화해가 이어지고, 결국은 하나님과 화해로 나아가며 이 세상 모든 생명 있는 것들과 하나되어 하모니를 이루지 않을까요?”라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그런 의미에게 밥퍼나눔은 환경운동의 일종이다”고 설명했다. 그는 “나눔운동, 환경운동, 생명운동은 서로 유기적으로 하나”라며 “쌀 한 톨, 물 한 방울, 소외된 한 영혼을 헛되게 버리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

 

다일은 BCP(Beautiful Challenge Project, 의료사업), BHP(Beautiful Home Project, 환경개선사업)를 진행하고 있는데 특히 BHP는 아름다운 가정 회복을 위해 주거환경 개선을 주된 활동으로 한다. 최 목사는 이와 같은 활동을 통해 이념적인 환경운동이 아닌 언어와 종교와 피부색을 초월한 따뜻한 휴머니즘을 통한 환경운동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서는 사회복지, 의료인, 환경론자들 모두 함께 가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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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일도 목사(왼쪽)는 환경일보 김익수 편집대표(오른쪽)와 인터뷰에서 예수가 떡 5개와 물고기 2마리로

5000명을 먹였다는 기적적인 사건인 '오병이어의 기적'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사진=이민선 기자>
 

 

아시아로 전파된 사랑의 불씨

올해 활동계획에 대해 최 목사는 “하루하루 다일을 찾아오는 가족들의 필요를 귀 기울여 듣고 기도하고 하나님께 도움을 청하며 한걸음 한걸음 함께 걸어가는 것 이상의 큰 계획은 없다”고 말했다. 그렇지만 몇 가지 활동을 통해 다일공동체가 나아갈 방향을 제시했다.

 

최근 목동에서 서울시 공무원들과 노숙자들이 모여 체육대회를 했다. 이에 대해서도 비난이 많았다. 노숙자들이 일할 기회를 제공해야지 무슨 체육대회를 하냐는 것이다. 최 목사는 “지체 장애인들은 몸이 아프지만 노숙자들은 마음이 아픈 이들이다. 그들은 대부분 대인기피증, 강박증, 우울증 등의 병을 앓고 있다”면서 “그렇다고 이들이 죄인은 아니지 않냐”고 했다. 체육대회는 단 하루였지만 그 하루를 위해 다일공동체는 노숙자들과 함께 2~3달 전부터 같이 뛰면서 그들에게 희망과 용기를 줬다. 노숙자들을 쓸모없는 존재가 아닌 인간으로서 인정하는 다일의 노력은 노숙자들에게 또 하루를 살게 하는 이유가 되고 있었다.

 

또 얼마 전 다일공동체에서는 소중한 한 생명을 살렸다. 캄보디아에서 온 11살 아이 르은이 심장병 수술을 해줬다. 다일 천사병원에서는 그동안 간단한 수술로 많은 이들의 병을 치유시켜줬었다. 그러나 심장병과 같은 수술은 큰 병원에 의뢰해 왔었다. 이번 역시 삼성에서 한 생명을 살렸다. 르은의 경우처럼 한 생명을 살린 일은 기적과도 같다.

 

최 목사는 “이것이 더 뜻 깊은 것은 르은을 따라온 현지 통역인들 역시 우리나라를 방문 후 꿈을 키우게 된다는 점이다”면서 “이들을 교육시키는 것, 우리의 비전 중 하나다”라고 설명했다. 다일공동체는 이미 네팔, 캄보디아, 중국 연변에서 온 대학생 3명을 온 마을을 다해 교육시키고 있는데, 최 목사는 “개도국의 총명한 아이들이 돈이 없어 원하는 교육을 받지 못하고 있는데, 이들을 교육시킴으로 아시아의 희망이 될 인재를 만드는데 일조하고 싶다”고 전했다.

 

<대담 : 김익수 편집대표, 정리 : 이민선 기자>

 

lmstop@h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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