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하목사의 행복편지>

“목사님, 왜 이러세요?”


가끔 교회 성도님들 댁에 심방을 가게 됩니다. 예배가 끝나면 성도들은 식사든 간식이든 정성껏 음식을 차려 주시는데, 워낙 시간이 부족한 터라 제대로 먹을 수 있는 경우는 매우 드뭅니다.


하지만 차 한잔 이라도 들게 되면 제가 잊지 않고 찾는 것이 있습니다. 바로 앞치마입니다. 그러면 또 언제나 듣는 것이 만류하는 성도님들의 목소리입니다.


“목사님, 왜 이러세요?” “이러시면 제가 곤란하잖아요.” 저나 앞치마 두르고 설거지 하려는 다일공동체 목사님들을 말리려고 하지만, 다일공동체를 섬기는 목사들이라면 이때 하는 말이 있습니다. “성도님, 성도님의 생각을 바꾸던지, 아니면 교회를 바꾸던지 하십시오.”


제 주변에는 신학생 시절부터 함께 알던 목사들도 많고, 어려운 유학 생활을 끝낸 뒤에 교수가 된 사람도 있습니다. 그들의 젊은 시절 이야기에 설거지가 빠지는 일은 거의 없습니다. 가난한 신학생 시절, 목사 후보생은 스스로 먹고 입을 것을 챙겨야 했기에 자신이 먹은 그릇뿐만 아니라 아르바이트로 설거지 하는 것은 너무나 흔한 일이었습니다. 신학생 시절을 보낸 큰교회 목사님들도 마찬가지입니다. 식당에서 알바로 하루에 몇 백개의 접시를 닦는 일도 있었습니다.


자신의 생계와 학업을 위해 접시닦이부터 시작한 학생들이 자리를 잡고 교수가 되고 담임목사가 되면 도리어 그 때부터 본격적으로 남을 위한 접시닦이를 시작해야 하는 것 아닐까요? 다른 사람의 아픈 마음을 닦아 주겠다고 더 많이 공부한 박사들이라면 더 많은 사람들이 모이는 교회의 담임목사가 된 대형교회의 목회자라면 더 자주 앞치마 입고 닦아야 하지 않겠느냐 말입니다.


25년전 다일공동체 초창기 시절엔 거의 매일 혼자서 눈물나도록 설거지를 해야 했습니다. 설거지하면서 기뻐서 울었고, 그릇을 씻다 보니 어느덧 멍든 마음까지 씻겨 있어서 고마운 마음에 또다시 울었습니다.


오늘 설곡산에서 오랜만에 설거지를 했습니다. 이 좋은 설거지를 기쁘게 하고 있는데 “목사님, 왜 이러세요?” 하며 뭣도 모르고 말리는 분이 있기에 제가 빙그레 웃으며 말했습니다. “보이는 것부터 씻어야 보이지 않는 마음도 씻을 수 있거든요.” 아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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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다일공동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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