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하 목사의 행복편지>

“사랑으로 닦았으니 날아갈 수 밖에...”

 

만화 영화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에 이런 이야기가 나옵니다. 마녀의 온천장에서 허드렛일을 하게 된 센은 어느 비오는 날, 남들이 더러움의 신이라고 말하는 정체불명의 신을 씻겨야할 곤경에 처합니다.

 

걸음을 옮길 때마다 보기에도 역겨운 오물 같은 것이 뚝뚝 떨어지고, 흰밥이 폭삭 썩어 버릴 만큼 악취를 풍기는 신을 안내원들은 쫓아내려고 하지요. 하지만 오물의 신은 그 더러움을 씻고자 묵묵히 온천장으로 갑니다. 일하는 종업원들과 목욕을 하던 손님들은 모두 도망을 가버리고 남은 것은 인간이라는 약점을 가지고 있는 센 뿐입니다.

 

마녀는 센을 앞으로 내세우며 억지로 웃으면서 오물 신을 맞이합니다. 센도 당연히 질색을 하지만, 자기가 해야 할 일이라는 것에는 변함이 없습니다. 센은 만화 영화의 씩씩한 주인공답게 피하지 않고 적극적으로 달려들어 오물의 신을 씻기는 것입니다.

 

나중에 드러나는 오물 신의 정체는 한 줄기 물기둥으로 형상화한 큰 강의 신이었던 것입니다. 비로소 본래의 제 모습을 드러낸 강의 신은 센에게 환약을 하나 건네주고 올 때와는 달리 가벼운 모습으로 그야말로 날아서 자신의 강으로 돌아갑니다. “사랑으로 닦았으니 날아갈 수 밖에” 라면서...

 

흔히 역지사지라는 말을 많이 하는데, 이 말은 남의 사정을 돌보라는 의미 말고도 그 쓰임새가 많습니다. 우리의 느낌이나 생각에도 역지사지는 고스란히 적용되지요. 완고하게 느껴지는 자신의 감정도 잠깐 위치를 바꾸어 보면 금새 달라집니다. 그렇게 자신의 생각과 느낌을 조절할 줄 알게 되면, 그 다음엔 그 사람을 이해할 수 있고 더러움을 씻어 줄 수도 있고 어느덧 마음이 열려 사랑할 수도 있게 됩니다.

 

오늘따라 이 장면이 떠오르며 고개를 끄덕끄덕하고 있습니다. 다일공동체 가족들과 영성수련 도우미(디렉터, 코워커, 인턴)님들은 이와 같은 일을 ‘작은 예수 살아가기’라고 부르며 나름대로 작게나마 실천하고 있습니다. 못생긴 아기는 이 세상에 하나도 없다는 말은 모든 아기가 세상이 말하는 기준의 미남 미녀라서가 아니지요. 그 아기가 자라서 설혹 싫은 느낌을 주는 사람이 된다 해도 진심으로 그를 대한다면, 언젠가는 그의 본모습을 볼 수 있게 될 것이니 말입니다. 그 또한 본래의 모습으로 닦아준 사람과 주위의 모든 사람들 앞에서 신나게 당당하게 그야말로 날아갈듯한 기분으로 살아갈 수 있지 않을까요. 아하! www.dail.org

Posted by 다일공동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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