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하목사의 행복편지>
“나는 누구인가? - 디트리히 본회퍼”
나는 누구인가.
감옥에서 내가 걸어 나올 때
마치 왕이 자기 성에서 걸어 나오듯
침착하고, 활기차고, 당당했다고
사람들은 말하지만
나는 누구인가.
간수에게 내가 말을 건넬 때
마치 내게 명령의 권한이라도 있는 듯
자유롭고, 당당하고, 분명하다고
사람들은 말하지만
나는 누구인가.
사람들이 또 말하기를
나는 불행한 날들을
마치 승리에 익숙한 사람처럼
평화롭고 자연스럽게 미소 짓는다고
나는 정말 다른 이들이 말하는 존재인가.
아니면 내가 알고 있는 자에 지나지 않는가.
새장 속 불안한 새처럼 뭔가를 갈망하다 병든
마치 나는 새장 안 새처럼 숨 가쁘게 몸부림치며
빛과 꽃과 다른 새소리를 갈망하고
따뜻한 말과 사람의 정을 그리워하고
사소한 모욕에도 치를 떠는
그리고 위대한 사건들을 고대하고
저 멀리 있는 친구를 그리워하다 이내 슬퍼하고
기도하고 생각하고 글을 쓰는 일에 지쳐 텅 빈
무기력하게 그 모든 것과 이별할 준비를 마친 존재
나는 누구인가. 이것인가. 저것인가,
오늘은 이런 인간이고 내일은 다른 인간인가.
아니면 둘 다인가.
타인 앞에서는 위선자이고
내 자신 앞에서는 경멸할 수밖에 없는
가련한 약자인가.
나는 누구인가.
이 고독한 물음이 나를 비웃는다.
하지만 내가 누구이든,
하나님은 안다. 내가 그의 것임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