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07.02 아하목사의 행복편지>
“아름다운 흔적이지...”

 

우리 영토인 서해 5도 뿐만 아니라 지금은 북한 영토가 되어버린 오작도에서도 적구섬멸의 투지로 불타는 켈로부대 용사들의 모습을 찍은 역사적인 자료가 세상에 처음 공개되는 날입니다.

어머님께서 보관한 낡은 앨범 속에서 60년 이상이나 잠들어 있던 스물네장의 사진이 이 사실을 밝히 증거하고 있습니다.

지난 6월 30일까지 국가 기록원에서 전시한 정전 60주년 기념자료 ‘그 날의 시선으로 본 기록’에서 처음 이 세상에 드러난 8240부대(일명 켈로부대)에 관련된 사진 자료는 16장 뿐이었습니다.

그보다 더 많고 더 귀한 자료요 역사적인 의미와 가치가 있는 사진들을 무려 24장이나 발견했다는 소식을 들은 분들이 오늘 하루만도 저를 찾아오시거나 전화로 많은 분들이 문의하셨습니다. 하지만 벌써 몇 번째 인터뷰를 거절 했는지 모릅니다.

이 사진들을 통해서 밝히고 싶은 것은 단 하나입니다. 이분들은 아무 보상없이 댓가없이 나라사랑을 위해서 산화하신 진정한 용사들이란 것입니다.

학생들과 민간인 부대라고 해서 오합지졸이 아니었습니다. 적진 깊숙이 고공낙하 침투도 하고 때로는 중공군 복장을 입고 후방을 교란하기도 하고 인민군들의 정보를 빼내며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 레지스탕트요 신출귀몰하는 특수 부대원들이었습니다.

LST를 타고 서해안을 누비면서 황해도와 평안도에서 남하하는 피난민들을 충청도와 전라도로 후송하고 나라 사랑하는 마음 하나로 사선을 넘나들면서 별별 고생을 다하신 분들입니다. 그것도 군번없이 싸운 군인이요, 자랑스런 대한의 용사들이라는 사실입니다.

이 부정할 수 없는 진실이 60년이 지나서야 그것도 미망인의 앨범에서 꼭꼭 묻혀지내다가 오늘에 와서야 밝혀진 것입니다.

켈로부대 용사들의 그 높은 기상과 월내도 연병장에 질서 있게 도열해서 지휘관의 지시를 받고 있는 모습, 전투태세에 기운이 뻗친 전장터와 전시에도 혁혁한 전투에 공훈을 인정받아서 상을 받는 모습 등 진짜 군인다운 군인이었다는 것을 증거해 줍니다.

이 부대를 이끌며 여러 주요 작전을 지휘하는 켈로부대 동키 4부대 대장이 바로 저희 친아버님이셨습니다. 낡은 사진 하나하나에 아버님의 뜨거운 나라사랑과 불타는 자유수호 정신에 어머님과 저와 아내가 한참을 붙들고 울고 또 울었습니다.

아버님 별세 후 40년간이나 잘 간직하다가 지난 2년간 찾지 못해 애를 태우다가 바로 지난주 국가기록원 전시가 끝나던 6월 30일에 발견하고 오늘 이 세상에 처음 공개하는 자료 확인으로 저희가 할 일이 다 끝났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이제부터 시작입니다.

그동안 증빙할 자료와 사진자료 하나 없어서 안타깝고 애타는 마음만 붙잡고 계셨던 가족들과 이런 사진 하나조차 없어서 구전으로만 듣고 그 흔적을 찾을 길 없는 나라 지킨 3만명의 국가 유공자 가족들을 생각하며 이번기회에 우리정부 뿐만아니라 UN과 미국을 상대로 확실히 모든 진실을 다 밝혀내야겠다는 다짐이 새롭고도 뜨거워집니다.

정전 후 8240부대는 해체되고 만 칠천여명이 8250정규군으로 편입됩니다. 그러나 만 이천명의 용사들 중에 육천명 이상이 전사했고, 이천명 이상이 실종되었다고만 이야길 하고 있을 뿐 그 외에는 아무도 행방을 찾을 수가 없습니다. UN도, 미국도 이 사실을 인정하고 자유 수호를 위하여 온 몸을 던진 이들의 신원을 찾아주기 위해서 애써야 할 때가 왔습니다.

오늘부터 본격적인 장마철이 시작되었다고 합니다. 창 밖에는 굵은 빗줄기가 쏟아지고 있습니다. 거센 비바람을 헤치며 군함 LST를 지휘하시고, 수도 셀 수 없이 공중에서 낙하도 마다않으신 최희화 대장의 모습이 떠오르며 이 빗물처럼 눈물이 하염없이 흐릅니다.

그러면서 아주 철없던 어린시절에 아버님 다리에 난 상처를 보고 제가 이렇게 물었던 기억이 또렷이 떠오릅니다. 제 물음에 미소로만 응답하시던 그 뜻을 이제야 깨닫고 저는 더 목이 메어 울고있습니다.

“아버지, 이 흉터는 어떻게 생긴거예요?” 그 때 아버지께서는 미소를 지으시며 제게 말씀해 주셨습니다.

“일도야, 흉터로 보이니? 생각 한 번 바꾸면 다르게 보일 수도 있을거야, 아무도 알아주는 이 없어도 말야... 이 아버지 눈에는 무늬로 보인단다! 자유 수호를 위해 목숨걸고 싸우다가 얻은 아름다운 흔적이지...!!”

“아하!!”

 

 

Posted by 다일공동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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