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 04. 16  
  

                                              ~ 최일도 목사의 마음 나누기 ~
                                                   "잊으면 또 침몰합니다!"                                 

     

 

지난해 바로 오늘 일어난 세월호 참사는 우리 국민들 모두의 마음에 지워지지 않을 큰 슬픔과 상처를 남겼습니다.

단 한생명도 구출하지 못하는 무능한 해경과 정부를 바라보며 과연, 국가란 무엇인가? 묻는 이들도 많았습니다.

“가만 있으라!”는 말을 듣고 그대로 있다가 물에 잠겨가며 숨져간 우리 아이들의 억울한 죽음만큼 그것을 수습하는 과정에서도 국민들은 더욱 큰 실망을 했고 분노 했습니다.

급기야는 유가족들이 거리로 나오고 종교인들과 시민단체들도 거리로 뛰쳐나와 외칠 수 밖에 없었숩니다. 유가족들이 한해가 다 되도록 생업도 포기한 채 거리로 나와 싸우고 있음이 너무나 안타깝습니다.

오늘 안산명성교회에서 세월호 참사 1주기 기억예배를 마치고 지금 막 나오는데 오후 2시의 추모식이 취소되었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추모식도 거절하고 광화문으로 가서 투쟁을 하겠다고 나서는 가족들을 바라보니 애통의 눈물이 나옵니다. 이미 죽은 사람들의 한을 푸는 것은 임기응변으로 통 할 수 없습니다.

희생자들에게 살아있는 사람들이 할 수 있는 유일한 것은 인간의 삶 앞에 아무 거짓이 없는 진실을 밝히는 것입니다.

1년 전엔 국민 대부분이 잊지 않겠다!고 죽기까지 기억하자!고 했건만 1년이 지난 오늘은 그 기억을 지우고자 하는 사람들과의 힘겨운 싸움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언제까지 계속될 것인지 참으로 괴롭고 한숨나고 주룩 주룩 내리는 빗물처럼 눈물이 흐릅니다.

아우슈비츠 수용소 내의 한 나치 친위대원이 한 말이 떠오릅니다. “전쟁이 어떻게 끝날지언정 너희 중 누구도 살아 남아서 증언하지는 못할 것이다. 하지만 설령 누가 살아남을 지라도 세상이 너희 말을 믿지 않을 것이다. 연구와 토론, 역사가들의 조사가 있을지라도 확실한 증거는 밝혀지지 않을 것이다. 왜냐하면우리는 너희들과 함께 증거를 죄다 없애버릴 것이기 때문이다. 수용소의 역사가 어떻게 쓰일지를 결정하는 것은 우리이기 때문이다.”

나치스 당은 600만 유태인들을 죽이는 철저한 대학살을 기획했고 끔찍한 만행을 저질렀습니다. 아감벤은 ‘아우슈비츠의 남은 자들’ 이란 책에서 아우슈비츠를 ‘사람이 없는 공간’이라고 했습니다. 인간을 삶 자체로 분리시켜서 증언 자체를 불가능하게 만드는 장소라는 것입니다. 이처럼 아우슈비츠가 언어가 단절된 공간, 즉 기억이나 증언 자체를 불가능하게 만든 공간이라면 무능한 해경과 정부뿐만 아니라 아픔에 동참하여 눈물을 씻어주려 하지 않는 방관자들도 사람 없는 공간으로 만들고자 하는 분명한 범죄자가 됩니다.

그들은 망각을 계속 요구하고 “이제 그만 잊자!”고 합니다. 하지만 성서는 역사적 사건을 기억하고 오고 오는 모든 후손들에게 전하기 위한 생명의 말씀이기에 오직 말씀으로를 외치는 진정한 개혁교회 성도들이라면 “망각은 노예의 길이요, 기억은 구원의 신비”라는 아우슈비츠 수용소의 교훈처럼 세월호 참사를 끝까지 기억함으로써 진실을 끝까지 기억함으로 언젠가는 반드시 진실이 이긴다는 것을 우리 후손들에게 증언해 주어야 합니다.

하나님의 자녀들은 절기를 만들어 역사 속의 사건을 기억하고자 애썼으며, 예배를 통해 그 기억들을 재현했습니다.

기록하여 마음판에 새기며 현재화 하는 살아있는 말씀이 성서입니다. 그리스도교의 핵심은 그리스도의 죽으심과 부활하심을 굳세게 믿으며 기억하며 그를 증거하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예수님의 죽음과 부활을 기억하고, 그분의 삶을 재현하면서 영원한 현재로 살아가는 삶이 좌로도 우로도 치우치지 않는 바른 믿음이요 바른 삶입니다. 6.25 전쟁과 IMF 실직자들이 무더기로 거리로 지하도로 내몰린 시대와 함께 국민적 공감을 일으킨 세월 호 참사 1주기 되는 이 날에 이 큰 상처가 흉터로만 남지 않고 교훈과 흔적이 되며 치유하고 회복할 수 있는 신앙의 몸부림이 있기를 간절히 소원합니다.

1년 전 전국민적인 공감과 아픔이 국민적인 갈등과 대립으로 치달은 오늘 우리들은 정치인들에게는 더 이상 아무것도 기대할 수 가 없게 되고 말았습니다. 깨어있는 시민들과 행동하는 양심들이 화해와 일치를 위하여 해야할 일은 너무도 분명합니다.

다양한 사건들이 계속 회전되고 무의미와 소멸의 위기 속으로 사라져 버리지만 성서의 사건과 역사적 사건은 소멸해 가는 속도를 넘어서서 기억해야 할 것은 반드시 기억해야 합니다.

그래야만 그 자리에 존재하게 하는 성령의 힘과 능력이 작용합니다. 잊혀지지 않는 말씀은 계시가 됩니다. 잊으면 또 침몰합니다!

Posted by 다일공동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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