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05.09.
~최일도 목사의
마음 나누기~

"도리어 제가 감사를"

"오래 살아야 두달 정도 사실텐데요 다일공동체에서 오갈데 없는 이 분을 임종하실 때까지 돌보아 주시면 좋겠어요!" 서울역 다시서기 상담소로 부터 받은 부탁이었습니다.

그런데 그분이 여기와서 두달이 아닌 2년 2개월을 더 사시다가 오늘 오전 11시에 그를 천국으로 환송하는 예배를 드렸습니다.

2년 6개월 전 비강암 진단을 받아 턱관절에서부터 뇌까지 암세포가 전이되어 두달 밖에 살지 못한다는 시한부 선고를 받고 입소했는데 좀처럼 불평과 불만을 표현한 일이 없는 형제였습니다.

작년 2월 13일 네팔 다일비전트립을 가기 전에 세례를 베풀며 "네팔에 있을 때 형제가 떠나면 장례식을 내가 집례하질 못하니, 네팔에 다녀올 때까지 만이라도 제발 살아야해!" 부탁을 하고 떠났었는데 정말 기적적으로 그 후로 1년이 더 지난 어제까지 살아 숨쉬며 평안의 삶을 누렸습니다.

세례를 받은 후 그는 늘 간절히 오랫동안 연락이 두절된 동생을 만나게 해달라고 기도를 했는데 기적적으로 그 동생과도 연락이 닿았습니다.

그후로 그 동생은 거제도에 살면서도 이곳 청량리까지 2년동안 2주에 한번은 한번도 어김없이 형이 좋아하는 음식을 싸가지고 찾아 왔습니다.

지난 겨울 환자복 위에 두꺼운 옷을 겹겹이 껴입고 발을 동동 구르며 누군가를 기다리고 있는 모습을 보았습니다.

일기가 몹시 추우니 병실에 들어가 동생을 기다리라 했더니만 그가 한 말이 제 가슴을 울먹이게 했습니다.

"목사님, 동생이 너무 보고 싶어서요! 
너무 너무 보고 싶은 사람을 기다릴 땐 하나도 안 추워요!!"

그동안 형을 돌봐줘 너무 감사하다며 오늘 거제도에서 김치를 잔뜩 담아온 동생에게 진심으로 도리어 제가 감사를 드렸습니다.

아름다운 형제우애를 목도케 주셔서 진실로 감사드립니다! 여기서 그를 다시 보지 못함이 아프지만 저기서 우리를 기다리고 있을 그를 생각하자니 마음이 훈훈해집니다.



Posted by 다일공동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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