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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강대학교 신문방송학과 윤자혜

- 대사협 해외봉사단 캄보디아1팀 '러브깜디' 부리더

대학교에 들어올 때까지 나에게는 '대입'이라는 확고한 목표가 있었다. 그러나 대학생이 된 후 인생의 목표가 없어졌기 때문에 여름방학의 나는 시간을 흘러가는 대로만 보내고 있었다. 그렇게 무의미하게 보내는 시간들을 없애기 위해서 2009년 2학기에 이것저것 많은 활동들에 관심을 갖게 되었고, 그 연장선상에서 해외봉사에 지원을 했던 것이었다. 다른 단원들처럼 자신의 꿈을 위해서라거나 어떠한 성취감을 위해서 지원한 것이 아니었다. 그냥 특별한 활동을 해보고 싶었고 시간을 허비하고 싶지 않았을 뿐인데, 그 끝에 해외봉사가 있었다.

그랬었기 때문에 나는 다른 단원들과는 달리 준비과정에서 설레고 들뜨는 마음이 미미했던 것도 사실이다. 출국하루 전, 아니 인천공항에서 출국 심사를 받을 때까지만 해도 지금 내가 어디로 향하고 있는 것인지 실감이 나질 않았다. 과연 낯선 캄보디아의 땅에서 계획한 대로 잘 활동하고 돌아올 수 있을지 확신조차 들지 않았다. 더군다나 한국으로 입국하게 됐을 때 스스로가 어떻게 변화했을지는 상상도 하지 못한 채 캄보디아의 땅을 밟았다.

우리가 했던 봉사는 크게 '밥퍼, 빵퍼봉사', '지역봉사', '교육봉사' 이 세 가지로 나누어 볼 수 있다. 빵퍼봉사는 개인적으로 스스로를 가장 많이 반성하게 하고 많은 울림을 주었던 활동이었다. 점심식사를 다 하고 나서 빵이 나올 시간이 되면 그 앞에서 기다렸다가 간식으로 소보로 빵 하나를 꼭 챙겨먹었었다. 봉사하던 마지막 날,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빵퍼봉사를 다녀오게 되었다. 그 곳에서는 아직 초등학생도 되지 않은 수많은 아이들이 소보로빵 하나를 받기 위해 필사적으로 달려오고, 하나를 더 얻기 위해서 마치 받지 않았다는 듯 순진한 표정으로 받은 빵들을 다리 밑에 숨기고 옷 속으로 숨기는 모습에서 차오르는 눈물을 도저히 버텨낼 수가 없었다. 이렇게 어린 아이들이 살겠다고, 정말 목숨을 부지하겠다는 그 목적 하나만으로 이런 행동을 하는 것을 보면서 여태 내가 도대체 무슨 만행을 저지른 것인지 미안하고, 미안하고 또 미안해서 고개를 들 수가 없었다. 이 아이들에게는 절실한 주식인 식량을 나는 아무렇지도 않게, 사실은 먹지 않았어도 되는 그런 간식에 불과했을 뿐인데, 그것을 하나라도 더 먹겠다고 눈치를 보고, 더 많이 먹을수록 내 포만감에 뿌듯해했다는 사실이 너무 부끄럽고 창피했다. 아직까지도 고작 내 욕심 때문에 몇몇 아이들의 주식을 빼앗았다는 죄책감이 너무나도 크게 나를 죄어온다. 동시에 내가 얼마나 축복받고 혜택 받은 사람인지, 지금 내가 하는 고민들은 당장 오늘 하루의 끼니와 직접적으로 관련된 절박한 것은 아니지 않은가. 한국으로 돌아가더라도 이 아이들의 눈빛을 행동을 절대 잊지 않고 실질적으로 그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일을 하겠다고 결심을 굳힌 것이 이 때였다.

한국에서 가장 열심히 프로그램을 짜고 준비해 간 것이 교육봉사이기 때문에 가장 많이 기대했던 부분이기도 하고, 우리가 아이들에게 이만큼을 가르쳐 주면 그것에서 뿌듯함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그런 것보다 색칠을 하고, 풀을 붙이고, 사진을 찍을 때 즐거워하고 행복해하는 아이들의 표정이 나까지도 행복하게 만들었다. 실상 우리가 가르친 것은 없는데 그보다 훨씬 더 많은 사랑을 받고 온 것만 같아 부끄럽고 염치없다.

이러한 활동들을 통해 봉사에 대한 생각이 굉장히 많이 바뀌었다. 이전까지는 남을 돕기 위해 내 것을 베푸는 것이 봉사라고 생각했었다. 그렇기 때문에 일반적으로 사람들이 시간적, 경제적인 여유가 없어서 봉사를 실천하지 못한다는 말에 동의했었다. 그러나 이번 활동을 통해서 봉사라는 것은 내가 나누어 줄 수 있는 것이 넘쳐나기 때문에 행하는 것이 아니라 상대방이 필요로 하는 것을 채워주기 위해서 행하는 것임을, 그리고 그것을 통해서 일방적으로 내가 퍼주는 것이 아니라 '봉사'라는 매개체를 통해 우리가 소통하고 있는 것임을 깊이 깨달았다.

개인적으로는 스스로를 돌아보고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미래를 설계할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꿈같았던 14박 15일이었고 평생토록 잊지 못할 경험이었다. 캄보디아에서 돌아온 지 불과 3일밖에 되지 않았는데도 그 소소한 일상 하나하나가 너무 그립다. 매일 아침 우리를 숙소에서 유치원으로 실어 나르던 트럭, 오븐에서 나오자마자 나는 소보로빵의 고소한 냄새, 너무 매워서 혀끝을 얼얼하게 했던 간장 속의 고추, 센터에 도착하자마자 쪼르르 달려와 안기던 아이들과 손을 잡았을 때의 그 촉감, 손만 맞대주어도 하이파이브를 하며 신나했던 아이들의 그 웃음, 도색작업 시 롤러를 밀면 났었던 '쩍~쩍' 거리던 소리, 심지어는 센터에서 숙소를 오갈 때 코를 찌르던 생선 말리는 냄새까지도. 그 모든 날들이, 그 일상들이 너무 그립다.

출국하기 전에는 뿌옇던 모든 것들이 이젠 다 그 빛을 찾았다. 봉사, 행복, 사랑에 대한 나의 가치관, 나아가서 앞으로 내 삶의 방향을 어디로 잡아야 할지 알게 해 주었다. 내 인생에 전환점을 마련해 준 우리 러브깜디 단원들, 단장님, 간사님, 유치원과 센터의 아이들, 그리고 다일공동체의 모든 관계자 여러분들에게 진심으로 감사하고 또 사랑한단 말을 전하고 싶다.

Posted by 비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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