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요일. 서울역으로 떠나기 전 하루 종일 나는 마음이 그리 좋지 못했다.
노숙, 서울역.. 나에겐 인생의 최고점과 인생의 최저점이 함께 존재하던 공간이었다.

서울역 앞쪽으로 남산 중턱에는 CJ 그룹 본사 건물이 있고, 서울역 뒤쪽에는 내가 근무하던 식품 BU의 마케팅, 영업 조직이 분사하여 나와 있다. 내 인생의 최고점을 찍었던 그 회사와 그 시기, 난 서울역 지하철 역에서 내려 서류 가방을 들고 하루도 빠짐없이 2년 가까운 시간을 많은 노숙자들을 가로지르며 스타벅스 커피를 마시며 출근 하였다.
 그리고 2년이 흐른 2009년, 나는 내가 가로지르던 그 사람들의 무리, 노숙자 사이에 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

인생의 가장 화려한 순간과 그 순간을 그리워하며 하루하루 연명하던 생활이 공존하던 그 곳. 서울역.. 노숙..
이곳의 하룻밤의 생활이 나에게 맑은 물 붓기가 되어주기를 하루 종일 기도하며 밤을 기다렸다.

바우님과의 컵라면을 노숙인들에게 드리는 일을 마무리 하고, DTS 생들이 몇시간이라도 눈을 부칠 자리를 마련하고, 허리가 불편한 어른 한분을 모셔드린다는 핑계를 대고 서울역 광장으로 나왔다.

일행들이 많아서 차근차근 둘러보지 못했던 광장을 다니면서, 소리 없는 눈물을 마음으로 삼켰다. 하나님께 드리는 감사의 기도.
서울역에 어둠이 내리면 마음도 어두워지고 캄캄해지던 그 밤을 난 이제 아버지의 사랑으로 이곳에서 같은 어둠이지만, 은혜의 밤을 보내고 있었다.

누군가 하나님이 세상에 주신 공평한 것 두 가지가 있다고 한다.
하나는 시간이고, 또 하나는 죽음이다. 그러나, 이곳에는 이 두 가지가 모두 공평하지 못한 사람들이 모여 있다.

서울역의 밤을 걸으면서, 기도하고 기도했다. “이곳에 쉼터가 생겨서 몸이 회복되게 씻고 잠시나마 눈을 부칠 수 있는 공간이 마련되기를” 그리고 미국과 같이 하고자 하는 이들을 모아서 할 수 있게 해주는 시설이 생겨날 수 있도록 기도하고 기도했다.

정의와 평화가 입 맞출때까지 (니콜라스 월터스토프 지음) 에서는 “착취 당하는 민중들 곁에 교회가 항상 함께 있었던 것은 아니다. 그리스도는 항상 함께 계셨지만, 안타깝게도 주님의 몸인 교회는 그곳에 없을 때가 있었다.”라고 말한다.

1월 공동체 소식지 표지는 웃고 계신 주님의 얼굴에 공동체 식구들이 몸으로 표현되어 있었다. 월터스코프의 글처럼 우리는 주님의 몸된 교회이다.
이곳에 공평하지 못한 삶 속에 있는 이들과 함께 가는 공동체, 내가 되기를 기도 한다.
우리의 눈물의 기도가 주님의 교회의 시작이 되기를 기도 한다.

Posted by 알 수 없는 사용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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