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땅히 해야 할일을 했을 뿐인데”

 

-최일도목사(시인, 다일공동체대표)

 

마땅히 해야 할 일을 했을 뿐인데 무익한 이 종에게 한일 장신대학교에서 명예신학박사 학위를 수여해 주신 이 영광을 먼저 우리 주님께 올려 드립니다.

 

대입 검정고시 출신인 저에게는 중학교 졸업 이후 십여년이 넘는 세월동안 저에게 가르침을 주시는 스승이 없었고 또 닮고 싶은 스승없이 험하게 살았습니다.

 

그런 저에게 1982년 봄날 장로회 신학대학교 신학과에 입학하면서 새로운 세상이 열렸습니다. 신입생 오리엔테이션에서 평생 잊을 수 없는 스승님을 만났기 때문입니다.

 

그분은 신입생인 저에게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최군! 자네 신입생 맞나? 내가 자네 졸업할 때까지, 아니 그후로도 자넬 똑바로 지켜 볼거네! 최군이 바른 믿음, 바른 삶을 살아갈 수 있도록 말이야”

 

그날 이후 스승님은 변함없이 삼십년 세월을 한결같이 귀한 가르침으로 모난 제자를 다듬어 주셨습니다. 스승님의 가르침은 결코 달콤하지 않으셨습니다. 시도 때도 없이 잘못을 지적하셨고, 엄한 말투로 가르치기를 주저하지 않으셨습니다.

 

너무 엄격하게 대해주셔서 때로는 스승님을 피하고도 싶었습니다. 그렇지만 항상 제자를 지켜보시며 스승님께서는 이 못난 제자를 늘 먼저 찾아 주셨습니다.

 

제자인 제가 스승님을 찾아뵙는 것이 도리이건만, 오히려 스승님께서 저를 찾아 주셨습니다. 청량리 역 창고 건물에서, 라면을 나눌 때에도 10평도 안 되는 작은 방에서도 다일교회 창립예배를 드릴 때에도 첫예배를 집례해주시고 잊을수 없는 귀한 말씀을 주셨습니다.

 

그 후로 제가 가는 곳마다 어김없이 찾아 오셨습니다. 청량리 가건물 4층 예배당으로, 대광고등학교 강당으로, 남양주의 다일교회예배당으로, 다일공동체 섬김의 자리로...

 

그때마다 칭찬과 격려는 항상 안으로 숨기시고, 정신 번쩍나는 책망으로 훈육해 주셨습니다. 제가 타성에 젖거나, 딴 길로 가거나 엉뚱하게 곁길로 가지 않도록 늘 깨어 기도하는지를 살피셨습니다.

 

그분의 서두는 항상 이렇게 시작하셨습니다.

“최군! 황영조선수 뒤에는 누가 있나? 혹독한 코치가 있어서 황영조선수가 있다는 것 잘아시겠지?”

 

여러분, 짐작하시겠지요? 그분이 누구신 줄을, 저를 지금 이 자리에 있게하신, 제가 또 평생 잊을수 없는 스승님, 바로 정장복 총장님이십니다.

 

정장복 총장님께서 제5회 명예 신학박사학위를 이 부족한 사람에게 수여하기로 이 학교가 결정했다는 말씀을 처음 꺼내셨을 때도 저는 일언지하에 거절했습니다. “스승님, 아닙니다. 결코 아닙니다!” 저 또한 한 고집하는 사람인 터라 결코 받을 수 없다고 완강하게 고사했습니다.

 

“최군! 내가 언제 자네에게 물어보고 허락받고 가르쳤나? 스승이 제자에게 필요한 것을 가르치면 제자는 기꺼이 배우고 그 마음까지 받아야 하지 않겠나?”

 

스승님의 말씀에 순종하느라고 “네, 그렇게 하겠습니다.” 라고 대답 드린 후 할 수 없이 여러분들 앞에 이 자리에서 인사의 말씀을 드리게 되었습니다.

 

오늘 개교 90주년을 맞은 기독교 명문대학 한일장신대학교에서 받은 박사학위로 인하여 또 하나의 저의 모교가 된 이 학교를 위해서 부족한 이 사람도 나름대로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더욱 바른 믿음, 바른 삶으로 언행일치의 삶을 살아가라는 따끔한 가르침으로 받아들이며 또 이 자리에 계신 선 후배 동역자 여러분들의 기대와 희망에 어긋나지 않도록 신앙의 몸부림으로 계속 진리를 탐구하고 자유를 구현하며 사랑을 실천하겠습니다.

 

끝으로 참으로 괴로운 일이 많은 섬김과 나눔의 길에 함께 들어서 준 제 아내와, 동역자들, 다일공동체 가족들과 다일복지재단 직원들 그리고 다일을 사랑해주시고 기도해주시는 국내외의 모든 후원회원들과 자원봉사자들에게도 기쁨이 되고 긍지가 되도록 하겠습니다. 이전보다 배나, 더 갑절의 영감으로, 그리스도를 본받는 영성의 길을, 참된 제자도를 꾸준히 걷겠습니다.

 

이 세상에 던져진 소금과 빛으로 사명을 위해 일하다가 사명을 위해 죽을 수 있도록 이 부족한 사람을 위한 기도와 지속적인 가르침과 지도 편달을 소원합니다. 대단히 감사합니다!

 

 

“최군! 자네 신입생 맞나? 내가 자네 졸업할 때까지,

아니 그후로도 자넬 똑바로 지켜 볼거네!

최군이 바른 믿음, 바른 삶을 살아갈 수 있도록 말이야”

 

Posted by 다일공동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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