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하목사의 행복편지>

“저 눈길을 홀로 걸었을 때에...”

 

어제 쓰고 부친 편지를 보고 나서 많은 벗님들이 궁금하게 여기셨나 봅니다. 최목사님을 가슴앓이 하게 하는 사람은 누구일까? 그 그리움의 대상은 과연 누구인가? 절대자이면서 어느 누구이기도 하면서...^^

 

정월 초하루 설곡산에 쏟아지는 함박눈을 맞으며 저 눈길을 홀로 걸었을 때에 엉뚱하게 들릴지 몰라도 저는 모로코 사막의 이름모를 양치기 소녀의 눈빛을 떠올렸습니다.

 

폭설이 쌓인 북아프리카의 아트라스 산맥을 끝내 넘어가질 못한채, 그렇게 가보고 싶어했고 꿈에서도 그리워했던 사하라 사막을 목전에 두고 그만 발길을 되돌려야만 했던 그 날에 만났던 양치는 소녀를 말입니다.

 

사막을 체험하지 못한 허전함과 아쉬움을 달랠 길 없어 하다가 카사블랑카로 되돌아오는 머나먼 여정에서 황량한 들판을 홀로 지키며 양을 치던 소녀를 뜻하지 않게 만나게 되었는데 그 눈빛을, 그 모습을, 그 고독을 잊을 수가 없습니다.

 

그 소녀의 때 묻지 않은 동공과 아름다운 눈망울, 맑고 향기로운 미소를 만나고 나서야 겨우겨우 달랠 수가 있었던 가슴 시리고도 아픈 기억은 세월이 흐르고 흘러도 지워지질 않습니다.

 

태고의 신비와 맑음을 지닌 모습으로 해지는 들녘에 홀로 서 있었던 그 소녀의 잔영을 지울래야 지울 수 없는 것을 보니 생텍쥐베리가 사하라 사막에서 어린 왕자를 만난 것처럼, 저는 모로코 들판에서 양치기 소녀를 만난 것이야 말로 아무도 알 수 없고 줄 수도 없는 문학적 상상력과 무한한 기쁨을 주는 내 마음 깊은 곳에 간직한 보배로운 선물이라고 여겨집니다.

 

사진을 찍자거나 말 한마디도 건네 보질 못한 채 저 뿐만 아니라 일행 모두가 아무 말 없이 멀찌감치 떨어져 있던 그 양치는 소녀를 바라만 보다가 서로 수줍게 웃다가 손을 흔들고 헤어졌습니다만 그 소녀가 문득 문득 생각날 때면 본래적인 그리움으로 영원히 그리워 할 수밖에 없는 그리스도와 그리스도 안에서 하나 된 당신의 미소가 훤히 보입니다.

 

그리하여 당신을 더욱 그리워 할 수밖에 없습니다. 오늘도 당신을 사랑하지 못하는 아픔으로, 그럼에도 불구하고 더욱 더 사랑하겠다는 다짐으로 저는 또 다시 가슴앓이를 하게 됩니다. 아하!!

 

그리스도 안에서 하나 된 당신의 미소가 훤히 보입니다.

Posted by 다일공동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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