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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1.12.12 [다일공동체] 저는 다일천사병원 의무원장입니다 (3)

다일공동체

다일천사병원 의무원장

사진설명: 캄보디아 어린이 뽀안이를 진찰중인 김민준 의무원장



11월 1일 드디어 의무 원장으로서 첫 직무를 시작하였습니다. 2007년 10월 자원봉사로 인연을 맺은 지 정확히 4년이나 지나서야 다일천사병원의 진료실에 다시 들어왔습니다.

지난 3년 간 에티오피아에서 한국국제협력단 협력의사로 활동 후 얼마 전에야 귀국했기 때문입니다. 주님의 시간은 항상 알 길이 없습니다. 에티오피아로 출국 하기 전 다일 천사병원에서 봉사하면서 이따금씩 “나이가 들면 언젠가 천사병원을 섬기며 생을 마무리 해야겠다.” 라고 생각하곤 했습니다.

다시 말해, 먼 훗날 자녀들 다 키우고, 부와 명성을 남 부럽지 않게 쌓은 뒤 화려하게 돌아와서 섬기겠다는 뜻을 품곤 했던 것이지요. 많은 벗님들이 놀라십니다. ‘이렇게 젊은 사람인 줄 몰랐다.’, 심지어는 ‘아직 학생 같은데?’ 저를 의무 원장으로서 처음 만나시는 분들이 한결 같이 하시는 말씀입니다.

그것도 이해가 갑니다. 저 역시 이렇게 일찍 천사병원으로 돌아올 줄이야 꿈에도 생각 못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오히려 젊을 때 한 달, 아니 하루라도 빨리 천사병원으로 돌아오지 못한 것이 후회가 됩니다. 이제 막 일을 시작하는 입장에서 천사병원을 바라보니, 해야 할 일들이 넘쳐 납니다. 환자가 감당 못 할 정도로 많은 것도 아닌데, 해야 할 일들, 해결 과제들이 점점 늘어납니다. 조금이라도 더 힘과 열정이 넘쳐날 때 천사병원에 온 것이 얼마나 다행인지 모릅니다. 즐거운 비명을 질러봅니다. 제가 해야 할 일이 확실함에, 또한 자신이 동기 부여가 되어 있음에 “일체 감사요 은혜라!”.

주님께서 친히 세우시고 경영하심을 굳게 믿기 때문에 저는 기꺼이 이 병원의 청지기로 살아가고자 합니다. 주님 주신 달란트를 땅에 묻었다 고스란히 꺼내서 돌려주는 게으른 종이 되지 않도록 일하고자 합니다. 그 달란트를 열심히 주님의 사업에 사용하면 사용할수록, 주님께서는 더욱 채워주시고, 키워주심을 알기에 한 순간도 방심하지 않고 이 터전을 일구어야 하겠습니다.

지금도 천사병원에서 봉사를 하겠다는 귀한 손길이 끊이질 않고 있습니다. 그 중에서는 전문의 선생님도 계셔서 전공을 살려서 봉사하시겠다는 분들이 계십니다. 얼마나 감동이 되고 든든한지 모릅니다. 귀한 동역자들께서 마음껏 주님의 일을 할 수 있도록, 그 선한 마음이 끊어지지 않도록, 사랑의 손길이 계속 이어지도록 더욱 열심히 뛰어야 한다는 사명감을 느낍니다.

하지만, 아직도 함께 일할 가족이 많이 필요합니다. 간호사님, 조무사님도 필요하고, 방사선사 선생님도 필요합니다. 이외에도 갖가지 직분에서 귀하게 쓰임 받을 일꾼들이 필요합니다. 기도로써 기다려봅니다. 함께 주님의 사업에 동참하여 달란트를 사용할 동역자들이 분명히 준비되어있습니다. 주님이 예비하신 시간에 공급해주실 것을 믿습니다.

요즘은 ‘다일 작은천국’ 입소자들을 만나는 시간이 잦아졌습니다. 회진도 돌고, 약도 처방해 드립니다. 이 분들이 평온히 생의 마지막 순간까지 보살핌을 받을 수 있겠구나 하고 안도하는 한 편, 막상 훗날 직접 사망진단서를 작성할 날이 올 것을 생각하면 덤덤한 기분도 듭니다. 하지만 이 역시 주님께서 제게 주신 귀한 직분이라 생각하면 이 또한 은혜가 아닐 수 없습니다.

이 땅의 소외된 형제, 자매들이 살을 에는 듯 한 추위와 싸워야 하고, 각종 병마와 싸워야 하는 계절이 돌아왔습니다. 한 분 한 분 더욱 신경 써서 보살펴드려야 하는 때가 돌아왔습니다. 천사병원은 오늘도 아픈 환우들도 찾아오고 계시고, 후원과 봉사의 천사들도 찾아오십니다. 온정과 체온의 시너지 효과로 천사병원은 언제나 따뜻합니다. 얼은 손과 발 뿐만 아니라, 차갑게 얼어붙은 마음 조차도 녹일 수 있는 이곳은 다일천사병원입니다.

글 / 김민준 의무원장


Posted by 비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