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젠, 벗어버리시지요!”

 

 

“눈치와 체면 때문에 자신이 만든

생각과 느낌의 껍질 속에 갇혀 살면

근심과 염려만 쌓이고 또 쌓입니다.

겨울나무처럼 다 벗어버릴 수만 있다면

마음속의 근심과 염려와 불안과 두려움까지

모두 다 내려놓을 수 있지 않을까요?

이제, 벗어 버리시지요! 눈치와 체면의 옷을...”

(최일도 목사가 시편에서 건져 올린 삶의 지혜

“마음열기” 32page 에서)

 

우리는 근심과 염려가 많은 사람들에게 다 내려놓고 새로운 세상을 살아 보라고 쉽게 말한다. 혹은 기도생활이나 영성수련을 해보라고 권하기도 한다. 목회자인 나도 그런 사람 중에 하나였다. 기도에 전념 하든지 안하든지 영성수련을 꾸준히 하든지 안 하든지 이 세상에는 여전히 마음 아픈 사람들이 많다.

 

이렇게 꼼짝 달싹 못하고 병중에 누웠을 때에야 비로소 깨달아 지는 것이 있다. 병이 너무 깊으면 벗을 때가 되었는데도 잎을 버리지 못하는 병든 나무처럼 너무도 지치고 고달파 스스로의 힘과 의지로는 도저히 근심과 염려를 다 벗어버리지 못하는 사람들이 있다. 다른 사람이 아닌 바로 나 자신이 그렇다.

 

절대 면회 사절을 써 붙이고 링거를 꽂은 채 말씀을 묵상하다가 병실 창가로 다가갔는데 잎을 다 떨어버린 건강한 나무와 잎을 여전히 매단채 지쳐 보이는 가로수가 눈에 들어 왔다 우두커니 바라보다가 내 모습을 보는 것 같아서 주루룩 눈물이 흘러내렸다. 나도 모르게 잎을 매달고 있는 나무에게 건넨 한마디가 있었다. “이젠, 벗어버리시죠!...”

 

추운 겨울은 어서 지나고 온화한 봄날이 오기를 얼마나 손꼽아 기다리게 되는지 원치 않게 병들어 누워보니까 더욱 더 실감나고 간절하기만 하다. 침대에 벗어놓은 저 환자복처럼, 창밖에 지칠 대로 지쳐 보이는 저 겨울나무처럼, 봄날에 연초록 새싹을 틔어낼 희망을 동시에 내다보면서 두 손 모아 기도드린다. “주 예수 그리스도여, 우리를 불쌍히 여기소서! 우리에게 자비를 베푸소서!” “아멘!”

 

 

 

“주 예수 그리스도여, 우리를 불쌍히 여기소서! 우리에게 자비를 베푸소서!”

Posted by 다일공동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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