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하목사의 행복편지>

“누구도 관심이 없었다니...”


봄을 재촉하는 비가 주룩주룩 내리는 이른 아침에 밥퍼에는 벌써부터 오셔서 진지를 기다리시는 어르신들께서 어제 굶어죽기 직전에 발견된 영양실조에 걸린 세 자매 이야기부터 꺼내셨습니다. 할머니 한분은 손녀딸이 생각난다며 눈물을 글썽이셨고, 할아버지 한분은 내연녀와 그 아버지를 주리를 틀어야 한다며 흥분하셨습니다.


“그런데, 자식을 이토록 방치한 무정한 부모가 과연 이 사람들 뿐인가요?” 하는 어느 자원봉사자의 이야기에 모두들 잠시 할 말을 잃고 저마다 슬픈 눈을 하셨습니다. 아아, 우리 사회의 이 참담한 현실 앞에 저 역시 어제 밤 한잠을 못 이루었고 오늘 아침 일찍 밥퍼에 나와서도 밥을 퍼드리다가 그만 굶어 죽을뻔했던 그 아이들 생각에 눈물과 땀이 빗물처럼 줄줄줄 흘러내렸습니다.


오늘 봉사오신 자원봉사자 한 분이 저에게 이런 이야길 했습니다. “차라리 우리 밥퍼가 굶주린 아이들부터 먼저 급식을 하면 어떨까요? 아무런 조건 없이 배고픈 아이들부터 따뜻한 밥을 먹게 하는 밥퍼가 되면 좋겠어요.”


“아닙니다! 만약 그런 일이 벌어진다면 대통령도, 서울시장도, 서울시 교육감도 모두 다 물러나야 합니다. 저를 포함한 이 땅의 성직자들 목사와 신부, 스님과 교무님도 그 책임을 면치 못 할 것입니다. 무료급식소의 목표는 무료급식소가 없어지는 것입니다. 모두가 따듯한 가정을 회복하여 각 가정마다 가족들이 행복한 밥상을 받으며 나누도록 해야지요 무료급식소에 왜? 어린 아이들까지 줄서게 합니까? 그렇다면 우리 스스로가 후진국임을 온 세상에 자처하는 셈이지요. 그래요? 안 그래요?...”


“목사님, 말씀을 듣고 보니 정말 그렇군요! 맞습니다! 어린 아이들이 이 무료급식소에서 밥을 먹기 위해서 제 발로 찾아오게 한다면 저도 마음이 더욱 더 아플 것 같아요.”


밥퍼에는 오늘도 무의탁 노인들과, 노숙인들, 때로는 외국인 근로자들과 또 그중에는 전과자들 여러 달 일자리를 구하지 못해서 고개를 숙이고 들어온 젊은이들까지도 별별 사람들이 다 와서 복지차원만이 아닌 마땅한 권리로써 일용할 양식을 당당하게 먹을 수 있습니다.


그런데 아무 죄 없는 우리 어린이들이 왜, 영양실조로 굶어죽기 직전에야 발견되어야 한다는 말입니까? 이렇게 되기까지 누구도 관심이 없었다니, 너무도 가슴이 아프고 참담한 생각에 비정한 이 사회와 정부에 대해 정말 오랜만에 쓴 소리를 안 할 수가 없습니다.


오늘 때 마침 밥퍼에 자원봉사로 오신 동대문세무서 한창수 서장님과 명예본부장 조용근 석성세무법인 회장님과 복지 사각지대에 대한 안전망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다가 우는 자와 함께 우는 마음으로 밥을 함께 퍼 드렸고, 그리고 오늘 밥퍼에 주신 성금과 무의탁 노인들과 노숙인들이 낸 자존심 유지비를 함께 모은 115만원을 오늘 당장 세 자매를 위해 보내기로 결정했습니다.


2년간 굶주린 이 세 아이들이 발견된 당시에 둘째 아이는 잦은 발작에 뼈에 심각한 염증이 있었고 막내는 대퇴부 골절로 거동도 못하는 상태였다니 더군다나 반찬은 항상 고추장 뿐! 딱 하나가 항상 반찬이었다니... 이토록 방치한 사람들 중에서 저 또한 그 책임을 면할 수 없다는 죄의식이 들면서 오늘 하루종일 얼굴을 못 들고 금식하면서 눈물로 참회 기도를 드렸습니다.


그래도 이 아이들을 보고 도저히 정상적이라고 생각할 수 없는 모습에 관심을 가지고 찾아가서 살펴보고 살리려고 애쓰신 분이 그 동네에 사시는 어느 목사님 부부란 이야기에 그 목사님 부부가 너무도 고마워서 꼭 찾아뵙고 진심으로 고맙습니다라는 인사를 드리고 싶은 마음입니다.

밥퍼 봉사를 마치고 나서 밥을 못 먹은 채 창문 밖에 내리는 비를 계속 바라보고 있자니 자원봉사자 두 분이 제 방을 두드리며 들어오셔서 하신 말씀이 또 다시 저를 울렸습니다. “목사님, 교회가 아무리 욕먹는 교회가 많아도요, 역시 좋은 일 하시는 목사님들은 곳곳마다 계셔요.” “근데 목사님! 그 목사님 부부도 관심을 안 갖고 내버려두었으면 그 세 자매는 정말 어찌 되었을까요? 그동안 누구도 관심이 없었다니, 정말 생각만 해도 끔찍하네요..”


방 안에 있던 모두가 이 두 분의 말에 다들 할 말을 잃고 너무도 부끄럽고 또 다시 괴롭고 참담하여 밥 먹을 생각도 못하고 기도하다가 얼마 안 되지만 우리 시대 그늘 속에서 여전히 울고 지낼 소외된 이웃을 위하여, 특별히 어린아이들을 위하여 115만원을 전달하기 위해서 눈물을 씻고 자리에서 일어났습니다.


사랑하는 친구 여러분, 진정 묻고 싶습니다! 부모에게 버려지고 미처 공무원들이 돌보지 못하는 아이들까지도 무료급식소 ‘밥퍼’에 오게 하는 일이 과연 옳은 일인가요? 전국의 모든 구청과 동사무소, 예배당과 성당, 사찰과 교당에서 배고픈 아이들이 언제라도 찾아오면 이유 불문 밥을 지어 주시면 안 될까요? 가까이 사는 동네 아이들부터 말이지요. 그것도 우리 배고픈 아이들이 부끄럽지 않게 따뜻하게 안아주고 존중해 주시면서 말입니다.

지금 전국 교도소에는 살인강도들도, 파렴치한 범인들도 목숨이 있는 한 그 한 생명도 존중해서 살아 있는 한 우리 국민들이 내는 세금으로 밥을 먹여 주는데, 왜? 우리 국민들 중에서 아무 죄 없는 어린아이들이 굶주려서 죽어가게 해야 합니까? 배고픈 사람들이라면 남녀노소 불문하고 누구나 아무런 자격 없이 당당하게 떳떳하게 밥을 먹을 수 있는 관공서와 학교와 교회가 되어야 선진국 백성이 되는 것 아닙니까? 그래야 성도요 바른 믿음, 바른 삶을 살아가는 종교라고 할 수 있는 것 아닙니까?


이제 비정한 부모들과 무관심한 주민들과 공무원들 탓은 그만하시고요 어린 소녀들을 굶어 죽도록 내버려 두는 전국의 관공서와 학교와 교회가 되지 않도록 이번 일을 계기로 우리 모두 더욱 더 분발하여 자, 지금부터, 여기부터, 작은 것부터, 할 수 있는 것부터, 나부터 참사랑의 나눔을 실천하면 어떻겠습니까? “아하!” 

Posted by 다일공동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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