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07.29 아하목사의 행복편지>
“밥부터 같이 먹자!!”
도시락을 싸가지 못해 수돗물로 배를 채웠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32년전 장로회신학대학교를 다닐 때만 해도 바로 뒷산에 아차산 약수터가 있어서 그 약숫물로 점심을 때운 날이 적지 않게 있었습니다.
밥 한끼 먹기가 어려웠던 시절, 보릿고개라는 말이 괜히 생긴 것이 아닙니다. 그만큼 하루 세 끼니를 챙겨먹는 일조차 쉽지 않은 일이었기에 만나면 서로 ‘진지 드셨습니까?’라고 인사말을 주고받던 시절이 있었지요.
요즘 젊은이들 사이에는 ‘밥 한번 먹자’가 인사말이 된듯 합니다. 특히 오랜만에 만난 친구나 새로운 사람을 만났을 때, 너무도 쉽게 ‘언제 밥 한번 먹읍시다’라는 말을 서로 나눕니다.
예나 지금이나 '밥'을 통해 소통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현대인들. 하지만 밥 한번 먹자고 말해놓고는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려버리기가 일쑤입니다.
가벼운 인사처럼 말해놓고 서로 까맣게 잊어버리는 경우가 허다하지요. ‘밥 한번 먹자’라는 말이 아무 뜻없이 그냥 인사치레로 해보는 말로 전락해버린 것 같습니다.
밥을 나눈다는 것은 음식과 시간을 함께 하는 것만 아니라 사랑과 우정을 함께 나누는 것을 넘어서서 미래의 꿈과 비전도 함께 나눈다는 의미이지요. 그저 가벼운 인사말로 치부해도 되는 말이 결코 아닙니다.
밥을 같이 먹고싶은 사람이라면 지금부터 여기부터 확실하게 만날 수 있는 날을 정해놓고 사랑과 의지를 담고 밥 먹을 시간을 약속하고 준비해야 하는 것 아닙니까?
‘밥부터 같이 먹자’라고 인사하기를 원한다면 약속시간부터 마련하고, 진정성을 가지고 확정해야 가능한 일이 되지 않겠습니까? 그 때서야 비로소 함께 밥상에 앉으면 서로의 얼굴만 보아도 밥맛이 나고 살맛이 나게 하는 상생의 삶이 일어날 것입니다^^
예수님께서도 제자들에게 말씀하실 때, 가장 중요한 말씀을 하실 때면 언제나 밥상에서 하셨습니다. 최후의 만찬이 그 한 예입니다.
뜻과 목적없이 ‘밥 한번 같이 먹자’라는 빈말 대신에, 진정성을 가지고 ‘밥부터 같이 먹자!’는 말로 대신하면 어떨까요? 입이 열리면 마음도 같이 열린다는 말이 있듯, 밥부터 먼저 먹을 때에야 서로를 진정으로 이해하게 되며 사랑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요즘 공영TV에서 정전 60주년을 기념하여 DMZ특집물을 많이 방송하는 것을 보았습니다. 여전히 휴전선을 사이에 두고 대치하고 있는 남과 북이, 대립과 갈등 속에 있는 동과 서가, 뿐만아니라 서로 입장차이를 좁히지 않는 진보와 보수간에도 ‘밥부터 같이 먹자’라는 이 말을 신뢰와 사랑을 담아 진정성 있게 주고받았으면 더 이상 바랄 것이 없겠습니다.
밥으로 화해하며, 밥으로 하나되며, 밥으로 사랑하고, 밥으로 섬기며, 밥으로 소통과 상생을 하는 그 날이 속히 오길 간절히 소망합니다.
“오랜만입니다. 안녕히 지내셨습니까?”
“밥부터 같이 먹읍시다^^”
“그럼, 언제로 정할까요?”
“지금부터, 여기부터 정합시다^^”
“아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