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08.08 아하목사의 행복편지Ⅱ>
“당신부터 기다려주면 안되냐구?”

지난 밤부터 오늘 낮까지 하루 온종일 술을 드셨는지 술에 쩌든채 고약한 냄새를 풍기는 한 노숙인을 만났습니다. 혹여라도 형제가 불편해 할까봐 못본 척 무심히 지나치려는데 그 형제 입에서 나온 말이 지금 제 마음을 후벼파고 있습니다.

“나, 좀 봐죠! 씨... 나를 봐주고 좀 기다려 주는 인간이 이렇게도 없냐구? 씨... 술쳐먹지 말라 타박만 하지 말...구말야! 씨...”

“...”

“이봐 당신부터 삐딱하게 보지말고 똑바로 봐주면 안돼? 좀더 기다려주면 안되냐구?”

“...”

‘무한정 기다릴 수만은 없잖수! 나도 지칠대로 지쳤수! 나도 힘들다고..!’ 이런 말이 제 입 밖으로 막 나오려는데 마음속 깊은 곳에서부터 세미하게 들려오는 그분의 음성이 있었습니다.

“일도야! 내가 너를 얼마나 오래 참고 기다려 왔는데, 네가 잊었단 말이냐?”

“...”

“상처받은 마음에는 사랑만이 약이란다! 신앙생활이 무엇이냐? 기다림의 연속 아니더냐? 내가 너에 대해 참아주고 기다린 것 같이 너도 좀더 참아주고 기다려주면 안되겠니? 일도야!...”

하나님은 마지막 숨이 넘어가는 그 순간까지 기다려 주시는데, 항상 지켜봐주시고 기다려주시기에 내가 지금 여기 있는 것인데, 오래참음으로 기다려 주질 못하고 어느 누군가의 잘잘못을 헤아리고 판단한 것이 얼마나 부끄러웠는지 모릅니다.

특히 어제 「낙태, 유죄인가? 무죄인가?」를 이분법적으로 물을 생각이 아니었는데 제가 쓴 글을 다시 읽어보면서 본의 아니게 오해를 샀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평생 가슴 아픈 결정을 내릴 수밖에 없었던 분들에 대한 위로와 격려의 마음은 어느 한 구석에서도 찾을 수 없었고, 처절한 고민 끝에 결정을 내린 마음 아픈 이들까지 의료인들과 함께 판단하고 정죄하려는 의도로 보일 수 있었기에 저 자신부터 돌아보며 많이 반성했습니다.

구조악으로 인하여, 한 순간의 잘못으로 인하여, 피치 못할 사정으로 인하여 그만 상처받고 죄인이 되어버린 분들에게 먼저 따뜻한 격려와 위로를 올려드리고 나서 그 다음으로 할 말이 지난 한 해만도 35만명이나 죽어갔습니다.

어린 생명이 더 이상 계속 죽어가지 않도록 최선을 다해야 합니다 라는 말을 했어야 옳다고 여겨집니다.

죄인을 부르기 위해 오신 예수님! 죄인의 친구가 되신 우리 주님! 그분을 한 자락이라도 닮길 소원합니다. 정죄 없는 삶으로, 오래 참고 기다려주는 삶으로, 조금이라도 닮아가고 싶어 참회의 기도를 올려드립니다. 아멘!!

 

 

 

Posted by 다일공동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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