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 06. 10
~ 최일도 목사의 마음 나누기 ~

“깊이 아는 것과 넓게 아는 것”

 

 

 


역시 SNS는 인간관계를 깊이 보다는 넓이로만 이끌어 갑니다. 지금 쓰는 이 글을 전 세계에 흩어져 계신 벗님들이 실시간 볼 수 있고 또 동시에 이 글을 보고 곧 바로 응답을 한다고 생각을 하면 생각할수록 신기하기 짝이 없습니다. 하지만 아직도 아날로그 시대의 육필 편지를 더욱 더 그리워하는 저로서는 고마움보다는 안타까움이 앞섭니다....

어제 모처럼 깊이 있는 글을 그것도 장문으로 썼더니만 여러 사람으로부터 핀잔과 충고를 들었습니다.

"설마, 그 긴 글을 다 읽으라고라!"
"이건 솔직히 너무 심하시네요!"
"몇회 분량으로 나누어 올려 주시든지~~ㅋ"

잠 못 자고 밥 먹을 시간도 없어 라면 먹어가며 열심히 최선을 다하여 쓴 편지를 보고 내용은 어떻든지 간에 그렇게 길게 쓰면 질려서 어떻게 읽어 보겠느냐는 반응을 몇 사람에게 받고 보니 떨떠름한 느낌을 쉽게 지울 수가 없었습니다.

특히 오늘 청주 SBS 에서 CJB 교양강좌를 부탁받아 힘들게 왔는데 자신을 페친이라며 소개하며 다가 온 세 분 중에서 두분도 똑같은 반응 이셨습니다. 한 분만이 어제 올려 주신 글이 너무 고마웠다며 그리고 반가움을 어떻게 표현할 길이 없다시며 제 팔뚝을 살며시 한번 잡아주고 박카스 한병을 손에 말없이 쥐어주고 가셨습니다. ^^

청주로 내려가는 길에 고속도로 휴게실에서 김밥으로 아침 겸 점심을 때우려고 들어갔었는데 여름철 식중독 위험이 있어 김밥은 안 판다 하기에 할 수 없이 오늘도 저는 또 라면을 이지훈 전도사님은 칼국수를 먹고 간신히 제 시간에 맞춰서 청주에 도착했습니다만 강연장 들어가는 입구에서 저를 기다리시던 한 분의 이야기가 제 귓전을 때렸습니다.

"목사님! 미리 좀 오시지~~ 꼭 시간 맞춰 올건 뭐 있습니까? 저는 목사님 강연들으러 온 건 아니구요 부탁드릴게 있어서요! 목사님 잘 부탁드립니다! 청주시민 중에서 저만큼 목사님 좋아하고 목사님에 대해 잘 아는 사람은 없을 걸요~~"

그분에게는 대단히 죄송한 이야기지만 저는 사실 그분의 이름은 고사하고 얼굴도 기억이 안나고 그분에 대하여 아는 바가 전혀 없습니다. 많이 알고 있다 하여도 깊이 아는 것과는 정말 차이가 너무 큽니다. 많은 지식과 정보를 가지고 있다고 해서 무조건 신뢰할 수 없는 까닭이 있습니다.

우리는 모두가 저마다 상대방에 대한 지식과 정보의 창고가 아닌 진실된 삶과 인격과 사랑의 나눔에 목이 마릅니다. 한 인간의 영혼을 있는 그대로 만난다는 것은 가슴 설레는 일이 아닐 수가 없습니다. 비록 만나지는 못해도 참으로 그리워하고 사랑한다면 존재만으로도 기뻐하고 즐거워 할 수 있을 텐데 ~~~

눈에 보이는 것을 바라면 어찌 소망이겠습니까? 저는 이미 청주에 와서 이 글을 쓰고 있는데 청주에 와 있는 제가 어떻게 청주가기를 바랄 것입니까?

지금 내게 있는 것을 간절히 사모하고 구하지는 않습니다. 아직 이루어지지 않은 그 무엇이 있어서 그래서 그 소망 하나만을 부여잡고 기도하며 기다릴 줄 아는 만남이 그립기만 합니다.

참아내고 기다리며 간절히 소망하는 만남! 무엇을 소망한다는 것은 그 소망하는 무엇을 이미 얻었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바울 사도는 '소망으로 구원을 얻을 것이다!' 가 아닌 '이미 얻었다'고 선언합니다.

청주로 가는 길에 들어선 저에게 청주와 저는 동떨어진 둘이 아닙니다. 가는 길에 있는 저는 이미 청주에 당도해 있다는 것과 같은 논리입니다. 천국도 마찬가지 입니다 죽어서만 가는 천국이 아니라 천국을 소망하는 자는 이미 지금 여기부터 천국을 찾고 누리고 사는 것입니다.

너와 내가 함께 하기로 간절히 소망한다면, 이루어지면 크신 은총이요 감격뿐이고 이루어 지지 않더라도 감사뿐 일 것입니다. 인간적인 기대가 크면 실망이겠지만 참 소망가운데 사랑의 본질을 추구하는 만남이라면 너에 대해 많이 알고 싶은 게 아니라 깊이 알기를 더욱 원 할 것 같습니다.

강연장을 빠져 나오는데 월간지를 발행하시는 낯익은 목사님 한 분이 저를 반겨주시며 하신 말씀이 속리산의 맑은 물줄기처럼 제 마음을 시원하게 했습니다.

"목사님, 다일교회 깨끗하게 은퇴하실 때, 저 그때 그 자리에 있었어요. 그 후로 이렇게 먼발치에서 목사님을 위해 항상 조용히 기도만 하고 있어요. 목사님, 저는 목사님에 대해 잘 몰라요 하지만 소망하고 있어요. 목사님, 무너져가는 한국교회의 희망이 되어 주세요!"

아아, 청주에서 서울로 올라오는 길! 어찌나 세찬 빗줄기가 마구 쏟아지던지요~~ 제 마음속에서 흘러내리는 눈물과도 같았습니다. 이 천하고 무능한 자도 만나주시고 성령의 단비를 내려주사 저의 허물과 앙금을 깨끗이 씻어주는 듯해서 말입니다!!

아하~~^^

 

Posted by 다일공동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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