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 11. 26
~ 최일도 목사의 마음 나누기 ~

“이 쓸쓸한 늦가을에...”
...
며칠전 해양수산부가 세월호 인양을 위한 태스크 포스(TF)를
출범시켰다고 합니다. 구조와 실종자 수색에서는 큰 실망과
시행착오를 보여주어 온 국민들의 마음을 너무도 아프게 했지만
침몰선 인양만큼은 유가족들 뿐만 아닌 우리 모두에게 신뢰와
안심을 주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인양에 대해서는 전문가들이 말하지 않아도 어려운 일임을
모두가 짐작합니다. 하지만 더 이상의 주먹구구는 안됩니다.
억울하게 죽어간 한 영혼 한영혼에게 사죄하는 마음으로
해양수산부는 세월호 인양을 비롯한 마무리에 총력을 다해
주셔야 합니다.

최선이라 함은 마음만으로 되는것이 아닙니다. 물론 뜨겁고 간절한
마음으로 임해야겠지만 차가운 머리와 냉철한 판단력으로 가능한
모든 전문적인 역량을 쏟아서 남은 희생자의 시신 수습과 인양을
마무리 함으로써 세월호 희생자들과 유족들 그리고 여전히 슬퍼하고
있는 국민들을 위로해야 할 것입니다.

아프리카 빈곤아동과 선교사님을 위한 오찬 자리에서 오랜만에 만난
국민배우 김혜자 선생님과 여러 대화를 나누다가 문득 던지신 말씀이
제 가슴을 뜨끔하게 했고 출렁이게 했습니다.

“목사님, 아무도 찾지 않을 때, 이때 일수록 세월호 아이들을 만나러
안산을 가야겠어요. 오늘 오후 잠시 합동 분향소에 조용히 갔다
오려구 해요...”

그때 그 표정과 어조가 너무도 깊고 간절하셔서 마주보고 밥을 먹다가
그만 저도 할수없이 선생님과 함께 가서 유가족들을 위해 기도하고
오겠노라고 하고 오후 일정을 다 미루고 김선생님과 류주형 형제님과
안산에 있는 세월호 합동분향소를 다녀왔습니다.

지난주 수요일이었습니다. 합동분향소를 방문한 것이 세번째입니다.
처음과 두번째 방문했을때 봄날과 여름날은 너무도 분통하고
애통해하는 마음과 많은 조문객들 때문에 차마 그 아이들의
사진조차 제대로 바라보질 못하고 기도만 하다가 왔었습니다만
이번에 이 쓸쓸한 늦가을에 찾아가니 그 넓은 주차장에 차도 거의
안보이고 분향소에 들어서니 우리 일행 이외에 다섯분만 썰렁하게
조문을 하시는데 가슴속 깊은 곳으로부터 안타까움이 올라오면서
소용돌이를 쳤습니다.

마음을 애써 진정시키고 희생된 아이들과 가족들이 나눈 편지내용을
하나 하나 거의 다 눈물로 읽었습니다.
그리고 아이들의 얼굴을 바라보니 한 아이 한 아이와 마음으로
주고받는 대화가 가능했습니다.

세월의 흐름에 따라 아픔과 상처도 우리들의 결심과 각오도 잊혀져
가는 것 같아 안타까웠는데 뜻밖에도 영정앞에 놓인 가족들과 친구들이
남긴 편지와 선물들은 너무나도 생생하게 아직도 끝나지 않은 세월호의
이야기를 눈물로 들려주고 있었습니다.

분향소를 한바퀴 다 둘러본 후에 김혜자 선생님이나 주형형제나 저도
모두가 손수건이 완전히 다 젖을 정도가 되어버렸습니다.

한시간이 지나도록 우리 일행 셋 빼고 다섯명 밖에는 그 큰 분향소를
다녀가는 분들이 아무도 없었습니다. 하지만 세월호 사건은 아직
끝나질 않았습니다.

세월호를 둘러싼 정치적 줄다리기는 저는 관심이 없습니다.
끼어들 생각도 없습니다. 또한 지금까지 잘못된 점들에 대해서는
지금까지 저를 비롯한 많은 분들이 애통해하며 피끓는 소리로
당부했기 때문에 또다시 말하고 싶지도 않습니다.

다만 지금 여기부터, 작은 일부터, 할 수 있는일부터, 나부터 확실하게
기본부터 고쳐가야 할 것은 고쳐가자고 한 약속만은 지키고 싶습니다.

그리고 이 쓸쓸한 늦가을에 아무도 찾지 않는 합동분향소에 가셔서
한시간 애도하시고 기도하시고 나면 우리나라를 위해서 반드시 해야
될 일들과 걸어가야 할 길이 아주 분명히 보이게 될 것입니다.



Posted by 다일공동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