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 12. 16
~ 최일도 목사의 마음 나누기 ~

“눈길을 밟고온 걸음마다”

...

함박눈이 내린 길을 일년만에야 걸었습니다만 갑자기 들이닥친
찬공기에 기도와 폐가 놀랐는지 격한 기침을 토해내기 시작했습니다.

아니나 다를까 국민안전처에서는 오늘 화천, 철원, 가평일대에
한파경보를 내렸더군요. 동파 방지에 힘쓰고 외출을 자제하라고 
말이지요...

하지만 아무도 오르지 않은 이 추운날 눈길을 밟으며 설곡산을 
오르고 싶어서 산행을 시작했는데 입구에서부터 시작된 기침은
목젖과 기도를 간지럽히고 불쾌하게 했던 가래를 다 기어나오게
하려는 건지 산을 오르는 내내 멈추질 않았습니다.

더 이상 뱉어낼 것이 없어서인지 땀으로 온기가 들어서인지
오솔길이 끝날 즈음에는 기침이 잦아들면서 한결 상쾌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오솔길 끝자락에 외로이 서 있는 눈에 덮힌 십자가를 바라보는
순간 기침은 멈추었는데 내면에서 터져나오는 속울음은 막을 
방법이 없었습니다.

눈길을 걸으며 홀로 산을 오르며 왠만한 것은 다 쏟아버렸다고
생각했는데 어디서 나오는지 모를 끝없이 터져나오는 마음속 
이야기에 저 스스로가 당황했습니다.

“이 추운 날 아무도 이 산 길을 오르는 이 없더니만 자네가
와주어서 반갑네 그려. 눈길을 밟고 온 걸음마다 버릴 것은
다 버리고 가시게나! 자네 폐만 아닌 모든 장기들이 다 기뻐하는
구만 그래.”
“···”

“오늘은 눈치 체면 다 버리고, 나오는 기침과 가래뿐만 아니라 
어떤 발설도 배설까지도 다 눈감아 줄테니까 네 속에 있는 앙금과 
쓴뿌리까지도 다 토해놓고 가려므나.”
“···”

“너 뿐만 아니야. 모든 생명있는 것들의 배설물들을 다 받아주고 
씻어주는 이 넓고 하얀 대지의 품에 이제는 너 자신을 온전히
맡겨보렴. 하나가 되어보란 말이다. 
“아하!!아하!!”

 

 

 

Posted by 다일공동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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