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가 생각 날때면...
이십사년전 청량리 쌍굴다리 아래에서
처음 밥을 나누기 시작했을 때
그때부터 함께 했던 사람들이
지독히 그립고 보고싶어 질때가 있습니다.
칠 년간 아무 소식이 없지만
어디엔가 꼭 살아 있을 것만 같은 억만이.
그가 생각 날때면 눈물까지 핑돕니다.
억만이라고는 불렀지만 성은 알 길이 묘해서
이억만인지 김억만인지 누구도 모릅니다.
얼마 전 털보 임씨와 24년 전에 찍은
낡은 사진을 보다가 그 사진속의 인물들이
자꾸 마음속에서 떠나질 않기에 가만히
그들의 별칭을 하나씩 불러 보았습니다.
벙어리, 엉망이, 넙쭉이, 칼갈이, 털보, 찍새....
옛날 사진속의 털보 임씨는 여전히
이렇게 당당히 살아있어
다일의 자원봉사자가 되어 있는데
죽은 넙쭉이와 도무지 행방을 알 길 없는
사람들중 특별히 억만이에 대한 기억은
참으로 제 마음을 아프게 합니다.
아직 살아있는지? 이미 별세 했는지?...
그는 항상 추운 겨울날에는 보이지 않다가
봄만 되면 나타나서 여름과 가을을 보낸 후
한겨울엔 또 다시 사라지는 친구였습니다.
따뜻한 봄날이면 얼씨구씨구 돌아왔네
절씨구씨구 돌아왔네 노랠 불렀던 억만이.
봄날이면 죽지않고 살아 돌아온 억만이로 인해
함께 덩실덩실 춤을 추었던 기억이 납니다.
“아니, 그동안 어디서 어떻게 지냈어?” 물으면
그는 씨익 웃으면서 한마디로만 대답합니다.
“으음, 따뜻한 남쪽에서 지내다 왔지롱”
오늘도 밥퍼에 따뜻한 음식을 드시러 온 한 분 한 분을 유심히 살펴 보았습니다. 그때 그사람, 억만이가 죽지않고 다시 살아 돌아왔나 싶어서...아아!...
노숙인형제들의 얼굴을 천천히 들여다보고
한 분 한 분을 유심히 살펴 보았습니다.
그때 그사람, 억만이가 죽지 않고
다시 살아 돌아왔나 싶어서
아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