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천사병원을 통해 입원하신 한 조선족 할아버지는
뇌졸중을 앓고는 반신 불수요, 말씀도 잘 못하십니다.
할머니와 쪽방에서 지내시다가 할머니께서 혼자
수발하시는 것이 너무 힘들어 결국 입원하셨습니다.

그런데 할머니가 저를 알아보고는 반갑게 인사를 하십니다.

말씀을 나눠보니 일전에 제가 천사병원에 봉사할 당시,
에티오피아로 출국을 하기 전에 입원하신 경력이 있고,
제가 치료를 해드린 적이 있었네요.

혹시나 해서 옛 차트를 찾아 뒤적여 보니,
분명 제 이름이 기록이 되어있군요.
안타깝게도 저는 아무리 기억해내려고 애써도
이 분 얼굴이 생소합니다.

하지만 아무렴 어떻습니까.
무려 4년 전 제 모습을 잊지 않으시고
반겨주시는 것이 얼마나 고맙던지요.

오히려 봉사한 사실을 잊고 있다가
상대방이 먼저 감사를 표해오니
제가 더욱 은혜가 됩니다.

문득 앞으로도 누굴 섬기든, 누구를 위해 봉사하든
내 기억 속에 오래 남지 않아도 상관 없겠단 생각이 듭니다.
진심으로 섬긴다면 내가 아니어도 누군가 기억해줄 테니까요.

                               글/ 다일천사병원 김민준 의무원장

Posted by 알 수 없는 사용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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