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있을 때 잘 해”

 

해마다 오월 이맘때면

작고 구부정한 몸으로 리어카를 밀고 다니시며

강냉이와 뻥튀기를 팔며 라면 박스나 신문 등

폐지를 주워서 겨우 겨우 생활하시던

정영대 할아버지가 떠오릅니다.

 

밥퍼에 오실 때 항상 자전거를 타고 오셔서

보물처럼 애인처럼 자전거를 만지시던 모습과

할아버지의 선한 얼굴을 잊을 수가 없습니다.

 

나흘을 굶고는 청량리역 광장에 쓰러지셨던

함경도 할아버지와 너무도 닮으신 그 분

성도 이름도 모르는 함경도 할아버지에게

못 다 한 사랑을 이분에게 쏟아붓기로 하고

제 딴에는 친아버지처럼 모신다고 했는데

그만 약속을 못지켜드린 아픔이 있습니다.

정할아버지가 그토록 보고 싶어했던 바다를

끝내 한번도 보여드리지 못한

후회스러움과 서러움이 있습니다.

 

그당시 저와 이명현원장님 등

다일천사병원 사회복지사들이 다함께

정할아버지가 사시는 집을 함께 가보고는

우리 모두가 그 자리에서 기절할 뻔했습니다.

어두컴컴한 지하 셋방은 도저히

방이라고 할 수가 없었습니다.

 

온갖 쓰레기 더미로 가득 채워져 있었고

그 쓰레기들 틈새로 겨우 손바닥 만한

더러운 이불 한 자락과 썩어서 구더기가 끓는

음식찌꺼기가 흩어져 있었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한겨울이었는데도

보일러 시설이 전혀 아예 안 되있어

시멘트 맨바닥 위에 라면 박스 몇 장만 깔아 놓아

온기라곤 전혀 없는 냉동방에서 지내는 것을 보고

경악을 금치 못 했었습니다.

 

너무도 기가 막히게 사시는

정할아버지와 이와같은 무의탁노인들의

주거 환경을 개선해드리기로 결단하면서

다일천사병원 사회복지과는

아시아 어린들의 아름다운 변화를 위한

BCP(Beautiful Change Project) 이후에

아름다운 가정환경 개선프로젝트

BHP(Beautiful Home Project)를

겸하여 같이 실시하게 되었습니다.

 

주방과 욕실이 딸린 방도 새로 얻어드리고,

외롭게 지내시는 할머니와 짝을 맺어드리면서

팔순을 넘기신 어르신이 새 장가도 드셨는데

꿈같이 행복한 생활은 잠시 잠깐 뿐,

노점상인 정할아버지는 추운 겨울날에

자신이 끌고 다니던 리어카 위의 연탄불 위에

기름이 쏟아지면서 심한 화상과 후유증으로

고생고생하시다가 갑자기 별세하셨습니다.

 

“이 겨울 지나고 화창한 봄날이 오면요

제가 직접 안면도로 모시고 가서

할아버지가 보고 싶어하는 바다도 보여드리고요

좋아하시는 꼬막도 실컷 드시게 해드릴께요.”

이 약속을 못 지켜드리고 만 것이

얼마나 마음이 상하고 괴로웠는지 모릅니다.

그래서 그 때 굳세게 다짐했습니다.

“살아 계실 때 잘 해드리자”

“곁에 있을 때 섬기자”

“있을 때 잘 해!”

“아하!!”

 

Posted by 비회원

댓글을 달아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