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엔 왕십리로 가야겠어요.”

 

삼십년 결혼 생활 가운데

아내가 원없이 해본 게 있답니다.

이삿짐 꾸리는 일입니다.

근데 스물 세번째 이사하는 오늘은

아내 입이 쑥 튀어나왔습니다.

 

이십년간 담임목사 재직시절에도

목사관은 늘 사글세나 전세였습니다.

다일교회가 예배당 부지 마련할 때에

담임목사가 더이상 이사 다니지 않도록

목사사택을 마련해 드려야 한다며

재직들이 졸라서 마지못해 준비했습니다.

 

하지만 성도들 대부분이

자기집 없이 힘들게 살고 있는데 쓰자니

마음이 불편해서 들어가 살아보지도 못하고

그것도 팔아 빈민선교하는데 써버린 교회가

바로 그 교회, 다일교회입니다!

 

과연 그 교회, 다일교회가 교회다운 점이

많아서 일일이 열거하기가 힘들정도이지만

저의 후임목사 김유현목사님이야말로

진짜 진짜 자랑스럽습니다.

목회자의 성품과 역량이 탁월할 뿐만아니라

이제는 사택을 마련할만 한데도

여전히 사글세로 살기 원하시고

승용차도 없이 교회 봉고차와

장로님이 교회에 기증한 20만km를 더 뛴

낡은 승합차를 끌고 다니십니다.

 

저는 밥퍼와 다일천사병원, 다일작은천국등

사회복지법인 다일복지재단 사역에

더욱 매진하고 충성하고 싶어서

걸어서 출퇴근 할 수 있는 곳

청량리 바로 옆 동네 답십리로

오늘 이사 왔습니다.

이삿짐을 풀어놓으며

오늘 아내가 하는 말이 재미있습니다.

 

“이 남편이 아무 대책없이요

청량리에서 다일공동체를 시작하는 바람에

지는유 아이들 먹이고 살릴려고 직장 얻어서

할 수 없이 직장옆 수유리로 이사 갔시유

수유리에서 묵안리로 또 갔다가

묵안리에서 또다시 덕소리로,

덕소리에서 오늘은 답십리로 이사왔구먼유

시집와서 스물세번 이사 하는데유

다 그려러니하고 받아들이겠어유

근데 워째서 지는유 ‘리’자로 끝나는

동네에서만 살아야 하남유?”^^

 

“아아, 얼마나 좋아요!

리리 리짜로 끝나는 마을이요

그것도 인심 좋고 살기 좋은 마을만 골라서

한번 더 이사갈 수 있다면 정말 좋겠네

다음엔 왕십리로 가야겠어요^^”

아하!!

 

근데 스물 세번째 이사하는 오늘은

아내 입이 쑥 튀어나왔습니다.

Posted by 비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