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하나의 열매를 바라보며”

독자편지 / 이명현(질기)님

다일작은천국 원장

 

최 목사님께서 복음의 빚을 갚겠노라고 미국 남장로교 본부인 조지아 애틀란타에 미주다일공동체를 세운지도 어느덧 십년이 훨씬 넘었습니다. 그리고 올해로 꼭 십년된 다일천사병원을 뒤돌아보면서 깜짝 놀란 사실이 있습니다.

 

제3세계 가난한 이웃나라뿐 만 아니라 제1세계 부요한 나라 사람들 중에서도 최저 극빈층이 많다는 것입니다. 그들도 이곳을 찾아와 치료받고 수술받으면서 어느덧 우리 다일천사병원이 나라와 언어와 피부색과 종교를 초월한 국제적인 자선병원이 되었습니다.

 

무엇보다도 더 이상 기댈 곳 없는 작은자들을 위한 마지막 쉼터인 다일작은천국이 병원안에 마련된 것이 큰 보람이요 열매인 것 같습니다. 그 동안 이곳에서 천국을 누리시다가 저 천국으로 가신 분들을 생각하면 감사가 저절로 나옵니다.

 

다 죽는줄 알았는데 건강을 회복하시고 퇴소하신 분들도 있습니다. 어느 때는 홈리스로 추락해버린 전직 영어강사 미국인도 찾아와 폭풍우를 피해 처마 밑에 몸을 숨긴 한 마리 새처럼 다일작은천국에서 지친 심신을 회복하고 다시 새 직장으로 날아간 경우도 있습니다.

 

이 미국인과 몇마디 짧은 영어로 대화를 나누고 보니 이 분도 어릴 적 겪은 가족간의 상처가 여전히 회복되지 않은 채 괴로운 인생길을 가는 외로운 나그네였습니다. 동서고금, 빈부를 막론하고, 가족간의 상처는 참으로 회복되기가 어려운 모양입니다. 우리 작은천국에 계신 분들도 거의 모두 가족간의 깊은 상처로 관계가 단절된 분들이지요.

 

목사님! 그런데 참으로 놀라운 일도 있습니다. 얼마 전, 목사님으로부터 특별한 세례식을 받은 윤 자매님의 경우입니다. 윤 자매님은 담도암 말기의 몸으로 머잖아 천국 갈 마음의 채비를 하였던 터라 세례식을 하며 얼마나 많은 눈물을 흘렸는지 모릅니다.

 

아아, 세례식 준비를 하며, 왜 그렇게 저희의 가슴이 콩닥콩닥 뛰던지요? 그런데, 놀라운 일은, 그날 윤 자매님의 친언니 셋이 찾아온 것입니다! 십년만에 만난 자매들은 서로 얼싸안고 통곡하면서 어쩔 줄을 몰라 했습니다.

 

목사님! 그런데요 더 놀라운 일이 벌어졌답니다! 얼마전에 부산에서 이혼한 남편이 아들과 함께 이곳에 있는 윤 자매님을 찾아온 것입니다. 아들은 그 동안 엄마에게 못 한 마지막 효도를 하고 싶다며 엄마를 모시고 가겠으니 허락해달라고 부탁하는 것 아니겠습니까? 저희가 어찌 그 부탁을 마다하겠습니까? 그렇지 않아도 가족들을 만나게 하여 화해하며 서로 용서하게 하려던 참이었는데 말입니다.

 

윤 자매님과 헤어짐은 섭섭하였지만, 기꺼운 마음으로 축복하면서 보내드렸지요. 얼마 남지 않은 시한부 생명이라서 가슴이 저리도록 아프고 슬펐지만 생전 교회 한번 안 가본 사람이 그 마지막 시간에 하나님 자녀로 거듭나고 사랑하는 가족들 곁에서 주님이 주시는 위로와 보람과 열매에 기쁨의 눈물이 샘물처럼 솟아나왔습니다.

 

윤 자매님이 가족들과 화해하고 행복해 하시는 것을 생각 할 때마다 영혼 깊은 곳에서 따스함이 아지랑이처럼 계속계속 피어오릅니다. 아무리 피곤하고 고된 일이 많아도 다일작은천국에서는 또 하나의 열매를 바라보면서 꿈을 꾸고 있습니다. 거의 모든 입소자들이 가족간에 서로서로 용서하고 화해할 수 있도록 도와드리는 꿈입니다.

 

비록 가지가지의 사연들로 인하여 가족간에 등돌리고 원수지간이 되었지만 병들고 외로운 몸이 되니 더더욱 간절해지는 건, 가족에 대한 처절한 그리움뿐이라는 것을 바라보게 됩니다. 아내가 너무 보고 싶어서 남의 집 지붕에 올라가 남몰래 내려다봤다는 폐암 환자의 고백을 들으면서 마음속으로 또 하나의 밑그림이 그려집니다.

 

최 목사님께서 늘 강조하시는 것처럼 화해와 일치의 정신을 그대로 반영하는 감동이 넘치는 이 현장을 설곡산에서 영성수련 축제 때마다 경험하는 눈물과 감동으로 가족들이 만나는 현장처럼 가족상봉의 공간으로 만들고 싶습니다. 화해와 일치의 정신을 구현하고자 나눔과 섬김을 선택한 다일의 영성으로 말입니다.

 

목사님, 목사님의 기도와 피땀 흘리시는 영성수련 덕분입니다. 이 분들이 살아있는 동안 마지막 행복을 찾아서 화해와 만남의 은총을 모두가 누릴 수 있도록 저 역시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가족간에 화해, 사회와의 화해, 자신과의 화해, 하나님과의 화해를 이루게 하는 감동과 눈물과 변화가 일어나는 인격적인 진정한 만남의 장소, 다일작은천국!으로...

 

그래서 천상병 시인처럼 이 지구별을 떠날 때

모두모두 이 노랠 부르게 해드리고 싶습니다.

“소풍 끝내는 날, 가서 아름다운 세상이었노라고 말하리라!”

아하!!

 

 

감동이 넘치는 이 현장을 설곡산에서 영성수련 축제 때마다 경험하는

눈물과 감동으로 가족들이 만나는 현장처럼 가족상봉의 공간으로 만들고 싶습니다.

Posted by 밥퍼 다일공동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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