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편지 하나님이 어디 계시는데?” / 이 다윗(뮤지컬밥퍼의 작가)

 

고등학교 시절 독서실 한 구석에 비치돼 있던 다일 공동체 교회의 주보(소식지)는 저의 유일한 위안거리였습니다. 그 소식지에 실린 최일도 목사님의 글을 보며 잠시나마 외로움을 떨칠 수 있었고 차가운 현실을 잊을 수 있었습니다.

 

한낱 고등학생이 연예잡지도 아니고, 만화책도 아닌 교회 주보에서 즐거움을 찾았다는 게 지금 생각해보면 다소 어이없게 느껴지기도 합니다만 그 시절 제게 절실했던 건 평안과 위로였습니다. 최목사님의 글 속에서 저는 제 속을 그 누구보다 잘 이해하는 친구의 따뜻한 눈매를 볼 수 있었고 다정한 손길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때때로 부조리한 사회나 제도에 대해서 뼈 있는 말씀을 하실 땐 어찌나 속이 시원하던지 목이 아프도록 고개를 끄덕였던 기억이 납니다. 제게 있어 목사님은 스타나 유명인이 아닌, 속 깊은 마음의 친구였습니다. 그렇게 처음, 교회주보를 통해 최목사님과 만났습니다.

 

뜻이 하늘에서 이루어진 것 같이 땅에서도 이루어지이다.” 교회에서 외우는 주기도문의 한 구절입니다. 20대에 들어서도 여전히 반항기 가득한 청년이었던 저는 이 구절에 깊은 의심을 품기 시작했습니다. 하늘에서 이루어졌다는 그 뜻은 이 땅에서는 도저히 실현될 수 없는 것처럼 보였기 때문입니다.

 

하나님이란 분은 그저 하늘에만 계실 뿐, 이 땅의 고통과 문제에 대해선 도통 관심이 없는 분이라는 생각마저 들었습니다. 하나님이 세상을 이처럼 사랑하신다는데 왜? 인간의 고통은 끝날 줄 모르나? 하늘을 올려다보며 원망스러운 눈초리로 던지곤 하던 질문이었습니다. 이 물음에 대한 실마리를 찾게 된 것은 놀랍게도 최목사님을 다시 만나면서였습니다.

 

유인택 단장님께서 처음, ‘사명감을 가지고 한 번 써 보라고 하시며 밥퍼프로젝트를 제게 제안하셨을 때, 아아, 이것이야말로 운명이구나라는 것을 직감했습니다. ‘밥퍼책을 다시 집어 들고 사춘기 시절로 돌아가 반가운 마음으로 목사님의 자취를 더듬는데 그때 읽었던 문득 한 구절이 다시 눈에 들어왔습니다. “사랑의 나눔이 있는 곳에 하나님께서 계시도다.”

 

예전에는 읽고 무심히 지나쳤던 구절이었습니다. 그런데 그 순간, 그 구절이 비수처럼 제 심장에 꽂히고 말았습니다. “하나님이 계셔? 계시다면, 하나님이 어디 계시는데?” 늘 반신반의 묻는 저에게 하나님이 계신 곳은 저 멀리 하늘이 아니라, 거대한 건물 속이 아니라 바로 지금, 여기로구나! 옆에 있는 사람과의 스킨십 속에, 서로가 주고받는 마음과 마음 사이에 우리안에 그분이 계시는구나라는 깨달음이 온몸으로 전해져 왔습니다.

 

나눔이라는 행동 자체가 곧 사랑의 기적이고, 사람 안에서 그 기적의 씨앗을 봐야한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 것이지요. 그러한 깨달음을 손에 쥔 순간, 글이 나오기 시작했고 많은 분들의 열정과 수고가 모여 이렇게 하나의 작품으로 탄생하게 되었습니다.

 

원작 밥퍼(밥 짓는 시인 퍼주는 사랑)의 저자 최일도 목사님과의 만남이 직접 손으로 써서 부쳐주신 교회주보였는데, 또 베스트셀러 밥퍼를 읽고 감동을 받은지가 17년 전인데, 이제 그 사랑을 깨달아 조금이라도 나눔을 실천해보고 싶은 뜻을 실현하게 되었습니다.

 

저뿐만 아니라, 최고의 스텝들과 배우들이 함께 했기에 여기까지 올 수 있었습니다. 공연이 잘 마무리된다면 그건 전부 그분들의 노고와 열정 덕분일 겁니다. 끝으로 뮤지컬 밥퍼의 기본에 대해 차근차근 일러주시고 깨우쳐 주신 김덕남 선생님과, 부족한 저를 항상 아버지와 같은 마음으로 챙겨 주시고, 신뢰의 눈길로 바라봐 주시는 유인택 단장님께 깊은 존경과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아하!

 

 

밥퍼책을 다시 집어 들고 사춘기 시절로 돌아가 반가운 마음으로 목사님의 자취를 더듬는데

그때 읽었던 문득 한 구절이 다시 눈에 들어왔습니다. “사랑의 나눔이 있는 곳에 하나님께서 계시도다.”

Posted by 다일공동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