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시대를 향한 사랑의 몸부림이 육화론적 메시지로”

임 성빈(장신대 교수, 문화선교연구원장)

 

뮤지컬 ‘밥짓는 시인 퍼주는 사랑’은 여러 면에서 특이한 작품이다. 무엇보다도 살아 있는 한국인 실존인물을 주인공으로 한 창작품이라는 점이다. 두 번째로는 작품의 주인공들이 매우 뚜렷한 종교적 배경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세 번째로는 지금도 활발히 펼쳐지고 있는 사회봉사활동과 성직자의 사회참여가 뮤지컬의 내용과 배경으로 작품 안에서 매우 노골적으로 드러나고 있다는 것이다.

 

이쯤되면 이러한 작품이 종교단체가 아닌 서울시 뮤지컬단에 의하여 그것도 세종문화회관이라는 공연장에서 펼쳐지고 있다는 사실만 가지고도 매우 특이하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이 공연을 경험한 이들은 위에서 언급한 특이점들이 결코 마음의 걸림돌이나 작품의 약점으로 느껴지지 않을 것이다. 이 작품을 직접 대면한 이후에는 세종문화회관과 YTN이 공동주최로 왜 이름을 걸고 이 세상에 이 작품을 내어 놓았을까? 그 이유를 충분히 공감할 수 있게 된다.

 

무엇보다도 이 작품은 이 시대의 과제와 시대정신을 뮤지컬이라는 매우 대중적인 문화양식을 빌어 소통하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을 끈다. 압축적 경제성장과 동반하는 사회의 어두움에 대한 인식, 가속화하는 사회적 양극화로 인한 다양한 갈등과 대립, 그에 따른 시대적 과제를 현실감 있게 표현해주었다는 점에서 일반 관객들에게 폭넓은 공감을 자아낸다.

 

이와 함께 시선을 끄는 것은 우리 사회의 소망 중 하나인 종교의 건설적 역할과 종교 간의 건강한 관계이다. ‘밥퍼’의 주체인 사회복지법인 다일공동체가 깊은 영성을 토대로 폭넓은 사회봉사활동을 할 수 있는 원동력이 바로 개신교 전도사 최일도와 카톨릭 수녀 김연수의 매우 특이한 만남과 사랑과 갈등과 화해와 일치라는 것을 관객이 자연스럽게 알게 된다.

 

다종교/다문화사회에서 다원주의가 아닌 건강한 신학으로 다양성 안에서 일치를 추구하는 영성과 지혜와 방식에 대한 통찰도 얻을 수 있게 하여 주는 작품이다. 무엇보다 이 작품은 오늘날 우리 사회의 시대적 과제인 세대 간, 집단 간의 갈등 해소를 위한 소통과 상생에 도움이 된다는 점에서 크게 환영받을 만하다.

 

이른바 산업화와 민주화 시대를 살아온 50대 이상의 중장년 세대의 역사를 담은 장면을 통해 젊은 세대는 어버이 세대를 이해하는 데에 도움을 받을 것이다. 오늘 우리 사회는 18대 대선의 결과를 놓고 보수/진보와 세대간의 차이와 갈등이 더욱 뚜렷하게 부각되는 상황이다. 이러한 갈등은 결코 머리로 극복될 수 없는 것임을 우리는 역사를 통하여 이미 잘 알고 있다.

 

필자에게 뮤지컬 ‘밥짓는 시인 퍼주는 사랑’이 주는 가장 강력한 메시지는 다양한 사회적 갈등을 극복하는 길은 역시 ‘말로 하는 섬김’(lip service)을 넘어선 ‘온몸으로의 섬김’에 있다는 것이다. 도움을 필요로 하는 이들의 눈높이에서 사랑은 입술만이 아닌 몸으로 구체적으로 실천할 때 희망이 피어날 수 있음을 설득력 있게 증언해 주고 있다는 점에서 이 뮤지컬은 목사부부가 주인공이지만 그 삶 자체가 이미 교회 울타리를 넘어서서 이 시대를 향한 사랑의 몸부림이요 육화론적 메시지이다.

 

물론 초연인 작품이라서 몇 가지 아쉬운 점은 있다. 무엇보다 공연시간에 대한 조절이 필요하다고 보인다. 물론 너무도 드라마틱한 이야기와 사건들을 한정된 시간 안에 담아내느라 어려운 점이 많았을 것이다. 그렇지만 과감한 생략과 선택과 집중을 통한 공연의 전체적 균형이 더욱 요구된다.

 

또한 뮤지컬답게 대사보다는 음악성을 담보한 좋은 노래들이 더욱 보강된다면 공연의 대중적 영향력이 더욱 배가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갖는다. 서동요가 그러하였듯이 공연을 본 이들이 흥얼거릴 수 있는 대표적 주제가가 더욱 강력하게 부각되어서, 이 공연을 보지 못한 사람들에게까지 입에서 입으로 마음에서 마음으로 전달될 수 있기를 바란다.

 

마지막 바람은 한국을 찾는 많은 외국인들에게 ‘난타’와 같은 작품이 한국의 현대사와 사회문화를 알리는 것처럼 기독교와 이웃 종교와 NGO의 사회봉사활동을 적극 알리는 필수적인 한국 문화와 종교 체험의 귀중한 메뉴가 될 수 있으면 한다. 영어/중국어/일본어 자막 작업 등도 보완되어서 토종 NGO인 다일공동체와 창작 뮤지컬인 “밥퍼”가 세계적 작품으로 더욱 발전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원래 우리 민족은 음주가무에 능한 민족이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가 함께 나눌 희망의 메시지를 서울시 뮤지컬단이 가무의 형식을 빌어 성탄 시즌에 소개한 것은 참으로 탁월한 선택이다. 뮤지컬 ‘밥짓는 시인 퍼주는 사랑’은 우리 사회의 고질적인 질병 중에 하나인 집단이기주의와 어려운 여러 난제들을 음주와 고성방가 없이도, 집단적 이기주의의 극한 충돌이 없어도 참사랑의 나눔과 섬김으로 극복할 수 있음을 보여주었기에 성탄 시즌만이 아닌 사철 어느 때나 온 국민들이 보고 즐기면서 신자나 비신자나 그 누구나 뜻있는 사람들을 화해와 일치의 마당으로 초대하는 뮤지컬이 되길 바란다.

 

국민들은 IMF 이후 좌절과 절망의 자리에서 ‘다시한번 일어서기’를 시도한다는 의미에서 다일공동체의 이름에 ‘다시한번 일어서기’를 해 주는 토종 NGO 다일의 의미를 추가해 주었다. 다일이 뮤지컬로써 우리 시대 젊은이들에게 더욱 가까이 다가가며 밥퍼 운동만이 아닌 꿈퍼 운동으로 확산되기를 바란다는 최목사 부부의 소망이 그대로 현실로 이루어지기를 바란다. 이들 부부가 뮤지컬 제작진의 요청을 10년 이상이나 거절해온 이유가 바로 여기 있지 않나 싶다. 하늘과 땅 사이의 꿈을 퍼나르기엔 나름대로 오랜 사색과 묵상과 깊이 있는 영성생활이 뒷받침되기 위해서가 아니었을까 생각이 된다.

 

이미 120만부 출간으로 나눔의 고전이 되어버린 스테디셀러 ‘밥짓는 시인 퍼주는 사랑’에 이어서 뮤지컬 ‘밥퍼’가 우리 시대 젊은이들 뿐만 아니라 한국 교회에도 새로운 희망을 주며 가슴 뜨겁게 사랑의 불꽃 지필 수 있다는 희망 메시지를 전하는 도구가 되어 주기를 바라면서 뮤지컬 ‘밥짓는 시인, 퍼주는 사랑’에 여러분 모두를 꼭 초대하고 싶다. 아하!

 

 

Posted by 다일공동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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