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일공동체의 자랑스러운 사역중의 하나는 밥퍼이다.
최일도 목사님께서 1988년에 청량리역 광장에서 라면 한 그릇 대접하는 것으로 시작된 밥퍼가 지금은 하루에 천여 명 가량의 밥상공동체 가족들이 이곳저곳에서 찾아와 함께 진지를 나누고 있다.
밥퍼를 찾는 밥상공동체 가족들 대부분이 노숙자들이다.
그래서 다일공동체를 섬기는 사람들은 우리를 찾는 노숙자들을 있는 모습 그대로 사랑하며 섬기기 위해서 우리들도 노숙자가 되는 체험을 한다.
2012년 2월 9일 밤 10시경에 서울역에 도착했다.
먼저 서울역 주변에 노숙자들이 어떻게 살아가고 있는지 알아보기 위해 역사안과 역 광장 그리고 지하도를 살펴보았다.
서울시에서 단속하고 있는 터라 예전과 비교하면 노숙자들이 많지 않았다.
그리고 지하도 안에서 이미 자리를 잡고 계신 삼, 사십분들도 비교적 조용히 계셨다. 컵라면을 대접하려고 준비할 때가 다소 늦은 시간이라 하룻밤을 지새우려고 자리를 잡은 분들은 자리를 빼앗기지 않으려고 움직이지 않으신다. 그래서 컵라면을 준비해서 찾아 나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준비해간 컵라면 100개는 삽시간에 동이나 버렸다.
컵라면을 나누면서 대화를 나눈 몇 분들 사이에는 공통점이 있었다. 적어도 서울역 지하도를 사수하고 계신 분들은 나름대로 노숙에 도통한 분들이어서 그런지 주변 환경을 거스르지 않았고 또 상호간에도 평화롭게 지내고 있는듯했다. 여기까지도 놀라웠지만 더더욱 깜짝 놀라며 깨달은 것이 있다. 노숙하고 있는 것에 대해 쉽게 이해할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어쩔 수 없어서가 아니고, 누군가에게 버림을 받고 떠밀려 와서 인생막장이 아닌 자신의 선택으로 인해서 노숙을 하고 있는 분들의 경우에는 모두 지금의 생활에 만족하고 있으며 또 행복하다는 것이었다. 와우! 어떻게 이런 일이.....
누구든지 자신의 선택에 노숙자 분들 만큼만 확신을 가질 수 있어도 지금의 삶에 만족하고 행복할 수 있지 않을까?
아마 한 동안은 잊을 수 없는 노숙자 한 분을 만났다.
노숙자들도 자신만의 방법으로 노숙 생활을 하고 있을 텐데 구하면 얻으리라는 믿음의 노숙인을 만났다. 컵라면까지 다 드셨는데도 계속 자리를 떠나지 않고 분위기를 탐지하더니만 입을 열어 하시는 말에 박장대소도 했고, 또 화가 나기까지 했다. 믿음에 가득찬 노숙인께서 당신들이 줄 수 있는 것만 주고 가려고 하지 말고 노숙자들이 정말 필요로 하는 것을 주면 어떻겠느냐고 말하는 것이었다. 그래서 물었다. “선생님께서 원하시는 것이 무엇입니까? ” 그분은 거침없이 자신의 요구사항을 말씀하셨다. “여러 날 찬 곳에서 자서 몸이 아프지 않은 데가 없으니 뜨거운 물에 몸을 담그고 쉴 수 있도록 오늘 밤은 찜질방에서 잘 수 있게 해 달라”는 것 이었다. 결국 믿음의 간구에 마음이 움직인 모세님께서 한 쪽으로 데리고 가서 만원을 쥐어 주었다. 그런데 믿음의 노숙인께서는 자기가 가고 싶은 찜질방은 12000원을 하며, 또 직접 돈으로 주지 말고 사실인지 확인도 할 겸 같이 가서 입장표를 사달라고 한다. 옆에서 보고 있던 나는 그곳을 알고도 있었고, 또 그분에게 해 주고 싶은 말도 있어서 부족하지만 만원을 가지고 그 분과 함께 찜질방으로 갔다.
현장에 가보니 놀랍게도 입장료는 13000원이었다. 찜질방 측에 사실을 이야기 하고 도움을 받아 목욕탕 입장료인 9000원에 찜질 복까지 얻어 들어가게 되었다. 가지고 간 돈 만원에서 천원이 남게 되자 믿음의 노숙인께서 목욕하면 목이 마를 것이니 음료수를 사 먹어야 하니 남은 천원을 달라고 하신다. 그의 믿음의 간구는 다 이루어지고 말았다. 입장표와 음료수 값을 거머쥐더니만 그분은 자신이 삼군 사관학교를 나온 중령이었다고 자신을 소개했다.
믿음으로 간구하면 구한 것보다 더 놀랍게 이루어진다는 사실을 다시 한 번 생각나게 해준 삼군사관학교를 나오신 중령출신의 노숙인께 감사를 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