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일공동체 창립 25주년 기념, 해외분원 현장기록 모음(25/25)-
25) “돌아보고 내다보며...”


“나는 하늘에서 내려온 생명의 양식이다”는 말씀을 성육화의 놀라운 신비로 머리가 아닌 가슴으로, 받아들이게 해준 이 밥을 25년이 지난 오늘도 꾸준히 나눌 수 있게 하신 우리 주님께 일체, 은혜, 감사를 올려드립니다....

날마다 내게 와 나를 살게 해 준 이 밥. 절망 속의 나를 다시 일어설 수 있게 해준 이 밥. 참사랑의 나눔과 섬김의 도를 깨닫고 실천하게 해 준 이 밥. 이 밥이 바로, 하늘입니다!

이 밥이 나누어지는 곳으로 자연스럽게 흘러드는 인격적인 만남과 친밀함, 그리고 밥의 온기 덕분에 밥심으로 하나된 다일공동체의 봉사현장은 추운 날도 봄날처럼 따뜻하고 불빛처럼 환합니다.

사회적 약자로 소수자로 살아가는 소외된 이웃들을 섬기기 위해 조건 없이, 대가 없이 사랑을 실천하는 나눔의 현장에서는 국적도, 언어도, 종교도, 피부색도, 진보와 보수도 전혀 문제가 되질 않았습니다.

25년전 청량리 역광장에서 만난 함경도 할아버지에게, 그 한 분을 위하여 한 그릇의 밥을 퍼드렸던 작은 섬김이 하루, 이틀, 한 달, 두 달, 1년, 2년 이어져 어느덧 올해 11월이 지나면서 26년째로 접어들게 되었습니다.

제가 계획한 일이 아닙니다. 저는 노력한 일도 없습니다. 해야될 일을 했을 뿐, 참으로 무익한 종입니다. 어떻게 그 작은 불꽃 하나가 큰 불이 되어 종교와 신념, 언어와 피부색을 뛰어넘어 아시아와 아프리카 빈민촌까지 화해와 일치가 있는 잔칫집을 이루게 했는지 정말 알다가도 모를 일입니다.

이 빛을 인위적으로 드러내려고 한 적이 없습니다. 감추면 감출수록 드러난 것 뿐입니다. 국내 사명실현지 뿐만아니라 해외의 빈민촌 곳곳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그곳에서도 역시 밥심이 모여 날마다 신명난 잔치가 이루어지고 있는데 이 놀라운 생명의 역사를 날마다 재현하시는 분이 있는데 밥으로 오신 우리 주님, 예수 그리스도이십니다.

어떻게 하다 보니까 25년이 넘게 된 것이고, 그러다보니 계획에도 없던 일들이 벌어졌고, 중국, 베트남, 캄보디아, 필리핀, 미국과 네팔과 아프리카에 이르기까지 널리 밥퍼나눔운동이 확산된 것입니다.

하늘같은 밥을 함께 나누어 먹는 식탁공동체야말로 예수님이 원한 공동체요, 저같은 보통 사람들도 할 수 있는 섬김이라 여겼습니다.

그런데 그 작은 일이 사회복지법인 다일복지재단이 되고 또다시 해외에 여러 지부를 둔 국제적인 NGO로 확장되었습니다. 저 자신은 물론이고 그 누구도 짐작하지 못한 일이었습니다.

가난하고 배고픈 사람들일수록 더욱 소중할 수밖에 없는 ‘밥퍼’는 날마다 눈에 보이는 잔칫집 이상의 의미가 있나 봅니다.

죽어가는 한 영혼을 살리는 곳이 ‘밥퍼’와 ‘다일천사병원’이요, 인간의 존엄성을 지키며 별세할 수 있도록 돕는 곳이 웰다잉 하우스인 ‘다일작은천국’입니다. 살아가면서 갖가지 상처로 마음고생이 큰 분들을 치유하며 회복시키고자 설곡산에 ‘다일자연치유센터’가 세워졌고, 이분들을 잘 섬기기 위한 제자도를 배우는 곳으로 묵안리에 ‘다일 DTS훈련원’이 만들어졌습니다.

크게 4개의 사명실현지로 나누어 25주년에 맞추어 각각 25개씩 100개의 글로 돌아보고 내다보면서 현장기록을 정리해보았습니다. 글을 쓰는 내내 밥으로 오신 주님이 하신 일에 대한 놀라움으로 또다시 전율할 때가 여러번이었습니다.

뿐만아니라 영혼의 허기를 달래줄 하늘같은 밥상이 필요한 우리 시대인 것을 절감합니다. 보릿고개를 넘던 시절보다도 도리어 지금이야말로 우리 사회에 따뜻한 밥심이 더욱 더 절실히 요청되는 안타까운 현실을 바라봅니다.

25주년 현장기록 사진과 글들은 밥을 짓고, 설거지하고, 만져드리고, 마음 아픈 사연을 가슴으로 듣고, 상처를 씻고, 함께 웃고 울면서 밥심으로 만든 일상입니다.

이 일을 시작하게 하시고 이루신 주님께 감사드리면서, 척박한 현장에서 써 내려간 시와 일기와 편지입니다만 이제 하나님께서 허락하신다면 돌아보며 쓴 100회의 감사와 감격 뿐만아니라 현재 우리 한국교회가 안고있는 아픔과 절망과 위기를 위험만이 아닌 개혁의 기회로 삼아 종교개혁가의 후예다운 신앙의 몸부림으로 호소하고 싶습니다.

교회 뿐만아니라 한국사회가 계층간의 갈등과 대립과 집단 이기주의 문제 등 사랑이 없어서 괴로워하는 처절한 아픔과 현실에 대해서, 그리고 제 속마음과 사상과 영혼의 울림까지도 나눌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지기를 소망합니다.

자살률 1위, 이혼률 1위, 저출산율 1위... 이런 불명예를 계속 이어가고 있는 대한민국의 현주소는 결코 정상적인 사회가 아니기에 말입니다.

물론, 이 일도 제 의도와 목적과 관계없이 그분의 때에 그분의 뜻이라면 반드시 이루어지겠지요. 오늘로 꼭 100일이 된 25주년 기념 현장기록에 함께 참여해주시고 큰 격려와 성원을 보내주신 벗님들께 진심으로 감사를 드립니다... 샬롬!!^^

 

 

 

 

 

 

 

 

 

 

 

 

 

 

 

Posted by 다일공동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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