꼬맹이와의 러브스토리

독자편지/이옥주(편지)님, 캄보디아 다일공동체

목사님, 저는 어제와 오늘 참으로 마음이 아팠습니다. 제 지갑과 가방, 그리고 최근 들어 몇 번째 인지 모르게 도난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사역지에서 흔히 있는 일이기에 잘 정리하였는데, 어제 퇴근하려는데 또 다시 누군가의 가방이 없어져서 이리저리 찾고 한바탕 부산을 떨었습니다. 그러다가 숨어있던 아이를 발견하게 되었습니다. 가방을 가져 간 아이. 그것도 상습적으로...

캄보디아다일공동체에 오래 있었던 사람들은 직접 보지 않아도 그 아이가 그랬다고 단정을 했는데, 역시 그랬습니다. 제 지갑과 가방도 그 아이의 소행이라고들 합니다. 아이를 데리고 집으로 가서 부모에게 자초지종을 이야기 했습니다. 하지만, 부모는 묵묵무답 미안하단 말 한마디도 없었습니다. 스탭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분분했습니다. 아이를 벌 주어야한다 부모에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 그 어떤 것도 내키지 않았습니다. 일단 사태를 수습하고, 내일 아침 센터로 좀 오라고 하고 일단락 지었습니다.

그리고 오늘이었습니다. 센터에 찾아온 엄마에게 자초지종을 물었습니다. 당신 아들이 어떤 일을 했는지 아냐고 그랬더니, 그 아이는 친아들이 아닌데 자꾸 나쁜 짓을 해서 감금도 하고 피가 나게 때리기도 했지만 말을 듣지 않는다고. 정신적으로 문제가 있는 것 같다고 게다가 에이즈 보균자라고... 엄마의 입에서 나오는 한 마디 한 마디가 제 가슴을 치게 했습니다.

주님, 이 아이를 어찌하면 좋을까요? 머릿속에는 아무 말도 떠오르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마음속에서는 자꾸 외치고 있었습니다. ‘그 아이는 우리가 돌봐야 하는 아이야.’‘그리고 주님께서 부르시고 있는 아이야.’ 엄마에게 말했습니다. 이 아이를 보호하고 잘 키우는 것이 우리가 할 일인데 나와의 약속을 지킬 수 있겠냐 했더니 그러겠다고 했습니다. 그러면 내일부터 당장 아이와 엄마가 같이 매 주일 다일공동체 예배에 나올수 있겠느냐고 물었더니. 그러마 했습니다.

엄마를 돌려보내고 한참 뜨거운 눈물이 났습니다. 오래전부터 생모에게서 버려진 상처가 이 아이의 마음에 채워도 채워지지 않는 도벽을 만들었을 것이 생각되었고 에이즈 보균자로 원치 않는 삶을 살아야 하는 이 아이의 인생이 너무나 마음 아팠습니다. 그렇게 해서라도 양 부모에게 관심을 끌어 보고 싶은 아이의 사랑 결핍이 너무나 절절히 와닿았기 때문입니다. 여덟살 이 아이는 에이즈 보균자입니다. 도벽이 있습니다. 누구에게도 사랑받지 못합니다.

그러나, 이제 다시 시작합니다. 꼬맹이를 사랑하기로 결단합니다. 주님께서는 이 아이에게도 당신의 사랑을 보여 주실 것이며 당신의 사랑이야기를 들려주실 것이며 그 어둡고 습한 죄악의 길에서 이 아이를 건져 주실 것입니다. 그리고 그 사랑의 행보를 시작하렵니다. 너무나 긴 여정이 될 것임을 압니다. 지치고 넘어지고 포기하고 싶을 때가 너무나 금방 찾아올 것이라는 것도 압니다.

청량리에서 수없이 많은 도난과 위협과 배신을 당하시고도 그 자리를 지키셨던 최일도목사님이 오래오래 생각이 났습니다. 곁에서 그 모습을 지켜본 사람으로써 이제야 최목사님 마음이 어떠했을까 너무도 잘 전달되고 공감이 됩니다.

새롭게 시작할 꼬맹이와의 러브스토리, 간간히 전해 드리겠습니다.

범사에 감사하며 늘 뜨거운 땀과 눈물을 흘리는

캄보디아의 사명실현지에서 이옥주 올림

 

 

 

Posted by 알 수 없는 사용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