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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이 오나 봅니다. 꽁꽁 얼어있던 계곡에서 물 흐르는 소리가 들리고 소복히 쌓여있던 눈도 녹았습니다. 이곳 설곡산, 묵안리에서는 사계절의 변화를 너무도 생생히 경험하게 됩니다. 아름다운 자연 속에서 때마다 주시는 주님의 은혜를 보고 듣고 느끼며 좋으신 하나님을 찬양합니다.
 제가 이곳에서 훈련을 받은 지도 6개월이 다 되어갑니다. 돌아볼 때마다 하루하루의 삶이 일체 은혜뿐임을 고백합니다. 저를 불러주시고 주의 일에 써 주심에 진정 감사를 드립니다. 전에는 전혀 해보지 않았던 노동과, 기도, 공동체의 삶을 살아보니 그동안의 제 삶은 그저 말 뿐인 편하고 게으른 삶이었음을 깨닫게 됐습니다. 예수님의 제자로 살아보겠다고 하는 지금 훈련의 자리에서도 많은 나약함을 발견하기도 하지만 그럼에도 감사할 수 있음은 약할 때 강함되시는 은혜를 실감하기 때문입니다.
 지난주에는 공동체 가족들과 훈련생들이 노숙체험을 했습니다. 우리가 섬기는 이웃들의 가난과 배고픔을 조금이라도 현장에서 직접 경험해보며 진정한 겸손과 섬김을 배우기 위한 다일의 훈련과정입니다.
 저희들은 청량리에서 서울역까지 걸어, 서울역 지하도에 누워 밤을 보냈습니다. 날씨가 많이 풀렸음에도 길에 누워있으니 바닥에서 한기가 올라오고 ‘지금 여기 나는 서울역 길바닥에 누워있구나’생각하니 더 배가 고프고 몹시 춥게만 느껴졌습니다.
 다음 날이 되어서는 다른 노숙인들과 똑같이 밥퍼에서 줄을 기다려 배식을 받았습니다. 배고픔에 허겁지겁 뜨거운 국물을 넘기다 그만 울컥하고 말았습니다. 전 고작 하루를 경험한 것 뿐인데, 갈 곳이 없고 먹지 못하는 병든 자들의 허기와 고단함은 얼마나 절절한 것일까 생각하니 제 삶은 너무 배부르기만 했던 것 같습니다. 제 옆자리에서 힘겹게 숟가락을 뜨시는 할아버지께 제 국그릇의 떡국을 더 덜어드렸습니다. 고맙다고 좋아하시는 할아버지가 이렇게 한 끼 진지를 맛있게 드실 수 있음에 새삼 감사가 되었습니다.
 가난하고 소외된 자들을 사랑하셨던 예수님이 저는 참 좋습니다. 낮은 곳으로 내려갈수록 더 높은 뜻을 품게 됩니다. 생각이 아닌 몸으로 살아보고 부딪쳐보아야 허영이나 교만도 벗겨지고 그 높은 꿈을 이뤄갈 수 있겠지요.
 DTS훈련의 목적은 예수님의 참된 제자가 되는 것이며 그 열매는 사랑이라고 하십니다. 때론 아프고 어렵기도 하나 주께서 편히 쓰실 도구로 깎이고 다듬어지도록 저를 더욱 내어드려야겠습니다. 
 한 어린아이가 주님께 드린 떡 다섯 개와 물고기 두 마리로 수 천명을 먹이신 기적의 말씀을 묵상했습니다. 주님 앞에 나오는 제 모습이, 주께 드리겠다고 하는 열정과 헌신조차 아이의 작은 도시락처럼 참 부족하게 보일 때가 많습니다. 부끄럽고 약하지만 그 작은 것들을 통해 하나님의 크신 일들을 그분이 친히 이루실 것들을 믿고 나아갑니다.
 오늘 누군가를 위해 지은 밥 한 그릇을 통해 따뜻한 사랑을 전할 수 있길, 이곳에 오시는 한 분 한 분을 향한 축복과 기도가 하늘에 열납되어지길, 지금 여기를 깨끗이 쓸고 닦으며 세상의 더러움을 씻어버리고 어두운 곳을 환하게 비출 수 있기를 날마다 기도합니다.
 겨울에 갈아엎은 밭에 또 씨를 뿌리겠네요. 씨앗이 자라서 꽃이 피고 열매가 생명을 살리는 꿈이 여기 저희들 안에 가득합니다. 샬롬.

- DTS 10기 훈련생 조이(김영란)
Posted by 알 수 없는 사용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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